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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만 그럴듯 '그 나물에 그 밥'… 흥미도 감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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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만 그럴듯 '그 나물에 그 밥'… 흥미도 감동도 없다

입력
2014.10.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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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경제 논리… 지자체 부채 줄이려 지원 중단

정체성 지녀야 장수… 대중 관심 못 얻으면 결국 명멸

부산비엔날레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부산비엔날레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9월 3일 광주 비엔날레광장에서 진행된 임민욱의 '내비게이션 ID' 퍼포먼스 현장.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지난 9월 3일 광주 비엔날레광장에서 진행된 임민욱의 '내비게이션 ID' 퍼포먼스 현장.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15일 미술작가 22명이 ‘2014 인천평화미술제 거부 선언문’을 발표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아야 했을 인천평화미술제는 7월 행사가 연기된 이후 지금까지 명확한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인천평화미술제가 무산 위기에 놓인 1차 원인은 지난 4년간 이 행사를 앞장서 추진해 온 이승미 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탓이다(관련기사 10월 3일자 14면). 하지만 간접적인 원인으로 인천시의 예산 문제도 있다. 현재 인천시의 지상과제는 부채 감축이다. 문화예술 행사 비용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다. 인천평화미술제의 연계 행사로 예정됐던 ‘백령병원 아트프로젝트’를 위해 책정된 시 예산 10억원이 시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자연스레 국비 10억원 지원도 없던 일이 됐다. 지방 행사에 국비를 지원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1 대 1 비율로 예산을 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20억원짜리 사업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특수한 배경과 주제의식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끌던 행사가 순식간에 위기에 처한 것을 보면 지자체가 미술행사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미술행사는 어디까지나 지역 경제 논리의 부속물에 불과하다. 2년에 한번씩 진행되는 현대미술행사의 꽃 비엔날레마저 쉽게 사라진다. 2004년 시작한 인천여성비엔날레는 2011년 4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최되지 못했다.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지역 명사들이나 행정 담당자들이 막연한 청사진만을 지닌 채 무작정 행사를 열었다가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면 저버리는 무책임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반이정 평론가는 “지자체들은 미술이 대중예술이 아닌 고급예술이고 행사를 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있으니까 지방에서 개최하기에 무난한 문화행사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수미 평론가는 “지자체들이 미술 분야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채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달고 행사를 열었으니 비엔날레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열렸던 1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대표 사례다. 마산항 앞바다에 위치한 돝섬에서 소규모로 진행됐기에 “해외 작가 참여를 빼놓고 보면 평범한 야외 조각 전시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다행히 올해 열린 2회 행사는 마산 옛 도심에서 전시를 열고 참여작가들이 지역 사회를 연구하면서 주민들의 실질적 참가를 유도한 공공미술 작업을 진행하는 등 전보다 크게 진일보했다. 하지만 1회 정도의 규모를 생각한 창원시는 적은 예산만을 지원했고 기획팀은 행사 장소 확보를 위해 도심의 작은 유휴공간을 찾아 헤매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비엔날레가 너무 많다 보니 광주ㆍ부산 양대 비엔날레마저 자기 색깔이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행사를 이어간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이정 평론가는 “광주ㆍ부산비엔날레가 항상 관객과의 대화, 교육프로그램 등을 강조하지만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객과 작가와의 형식적인 만남만 주선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지금 늘려야 할 것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큰 행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현대미술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이 미술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에 비엔날레가 많아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한국에서 현대미술은 대중과는 거리가 있다. 그럴싸한 겉모습에 치중하다 지역민의 관심도 얻지 못하고 질적 수준도 담보하지 못한 미술행사가 명멸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준비한, 분명한 정체성을 지닌 비엔날레만이 존재 의미를 찾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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