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원서도 치료 가능하다더니 NIH 치료센터·에모리대학 병원 등
고도의 방역시설 갖춘 곳으로 이송, 특수시설 없이는 치료 불가능 입증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금까지 올바른 대처ㆍ치료법을 따르면 어떤 병원에서도 에볼라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CDC는 지금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감염자들을 에볼라 대응이 가능한 특수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치사율 70%인 에볼라 대처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인 대처와 설비 없이는 실제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환자인 니나 팸은 치료를 받던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17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베데스타 국립보건원(NIH) 치료센터로 이송됐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 간호사인 팸은 미국내 첫 에볼라 확진 환자였던 라이베리아인 토머스 던컨을 치료하다 감염이 확인된 뒤 건강장로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왔다. 팸의 동료로 미국 내 두 번째 감염자인 앰버 빈슨은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15일 바로 애틀랜타주 에모리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NIH 치료센터와 에모리대학 병원은 전염병 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시설을 갖추고 있다. NIH는 이날 자료를 통해 “NIH 치료센터는 전염병과 중환자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은 에볼라처럼 전염 가능성이 높은 병균을 차단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훈련된 인력”이라고 밝혔다. NIH는 “팸은 고도의 방역시설 속에서 최신 치료법을 제공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IH 치료센터와 에모리대학 병원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네브래스카 의료센터, 몬태나주 미술라의 세인트 패트릭 병원과 함께 에볼라 등 열대성 질병 치료 전문병원으로 꼽힌다. 네 곳은 첨단 생물방역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에볼라 확산을 막으면서도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에모리대학 병원은 CDC와 업무 제휴해 개발한 생물방역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미국으로 이송됐던 의사 켄트 브랜틀리와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이 이곳에서 치료받고 완치됐다. 네브래스카 의료센터에선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취재 중 감염된 NBC 카메라맨 아쇼카 묵포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팸과 빈슨은 전문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며 완치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팸과 빈슨의 이송은 모든 병원에서 에볼라 치료가 가능하다는 CDC의 주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CDC가 제시한 환자 처리법에 따라 던컨을 치료했다고 하지만 던컨은 결국 팸과 빈슨에 에볼라를 전염시킨 뒤 숨지고 말았다. 팸과 빈슨의 동료 간호사는 전날 NBC에 출연해 “팸과 빈슨이 간호 원칙을 어기는 걸 봤다”며 “(텍사스건강장로병원)전염병과에 (에볼라)대처법을 물으니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에볼라 전문 치료병원의 병상 부족도 에볼라 공포를 키우고 있다. ABC에 따르면 전문 치료병원 네 곳에서 동시에 치료 가능한 환자 수는 최대 11명 뿐이다. 이미 3명이 입원 중이니 에볼라 감염자가 더 나와도 추가로 8명만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에볼라 등 고위험군 바이러스 환자에 대비한 전문 치료시설은 고사하고 연구시설도 없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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