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비용 줄이려 예산 배정 않고 사전 교육 안 받은 비전문 인력배치
“야외 행사의 경우 무대 시설이나 관객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아무래도 더 큽니다. 가수들은 하루에 몇 차례의 행사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이벤트 기획사 관계자는 19일 “야외 행사에 대해서도 규모와 관계 없이 안전관리에 대한 사전 점검과 감독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계기로 도심 광장 등에서 열리는 야외 행사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확인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실내외 공연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은 비교적 안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1992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미국 팝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 공연 사고, 2005년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녹화 현장 사고 등으로 경각심이 커진 탓이다. 요새는 주관사가 대개 안전관리와 경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경호업체와 계약하는데,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경우 한 차례 공연에 100~150명의 안전 요원이 투입된다. 공연기획사 A사 담당자는 “모든 실내외 공연은 매뉴얼에 따라 공연 전 경호업체와 공연장 사전 답사 및 안전 점검을 하는 것은 필수이고 현장에서도 공연장 담당자의 감독을 거친 뒤 정식으로 교육 받은 안전관리 요원을 투입해 안전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연장이 아닌 야외에서 하는 행사의 경우 주관사에 따라 안전관리 실태가 천차만별이다. 영세한 이벤트 업체가 기획하는 3,000명 미만의 공연 등이 특히 취약하다. 이벤트 기획사 B사 관계자는 “작은 업체의 경우 행사 한 건 하고 나면 인건비를 충당할 정도의 수익만 남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 관련 예산을 가장 먼저 빼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사고에서도 서류상으로는 4명의 안전 요원이 배치돼 있었지만 행사 진행 및 보조 요원으로 투입된 38명 중 실제로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요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음반 기획사 대표는 “보통 1,000명 미만의 작은 행사의 경우 예산 문제로 자체 스태프나 직원들에게 현장 통제를 맡긴다”며 “그럼에도 판교 공연의 경우 인기 아이돌 그룹이 출연해 돌발 상황이 예상됐던 만큼 전담 안전요원을 불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벤트 업체가 안전요원을 배정하려고 해도 행사를 기획하는 주최사가 안전관리 비용을 먼저 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호업체 ATSS의 함상욱 실장은 “일부 업체 및 단체가 이벤트 기획사와 계약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경비를 줄일 때 가장 먼저 빼는 것이 안전관리 비용”이라며 “사전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안전관리와 전혀 무관한 인력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악한 현실이다 보니 야외 행사의 안전관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 일쑤다. 함 실장은 “이번 사고의 행사진행을 맡은 외주업체가 직원 11명을 자체적으로 투입했다면 출연자 보호와 무대 주변 관리만 하는 것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반기획사 대표 김모씨는 “판교 공연 규모라면 앰뷸런스와 소방차를 대기시켜 놓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협조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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