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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병든 기초수급자 일터 내몰아 죽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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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병든 기초수급자 일터 내몰아 죽음 불렀다

입력
2014.10.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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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인공혈관 이식 수술한 60대 조건부 수급자로 분류 "일해야 지원"

연금공단 "왜 출근 않느냐" 닦달도, 유족 "건강 나쁜 사람을 왜 거기에…"

정부의 근로빈곤층 취업지원사업에 참가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관할 고용센터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급자의 병력을 숨긴 채 무리하게 취업을 알선, 복지혜택을 넓히기보다 취업률 높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19일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근로빈곤층 취업 우선 지원사업’(이하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기초생활수급자 최인기(60)씨가 취업 후 6개월 만에 사망했다”며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등 양적 성장에 매몰돼 저소득 취약계층의 복지사각지대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좌석버스 기사였던 최씨는 2005년과 2008년 흉부대동맥류 이상으로 인공혈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약간의 경사진 길조차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자 회사를 그만두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받았다.

최씨가 다시 취업을 해야 했던 것은 1월 시범사업에 따라 일을 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부인 곽혜숙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방문해 최씨에게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올해 1월 “일하지 않을 경우 의료급여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최씨는 수원고용센터에서 한 달간 교육 후 2월부터 수원의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청소부로 일했다. 그러다 6월 갑자기 쓰러졌고 이식 받은 혈관이 감염돼 재수술을 받았지만 8월 사망했다.

2009년 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각각 희망리본,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사업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알선했다. 두 사업이 내년 고용부 관할로 통합되면서 올해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희망리본 사업은 건강 등 이유로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쉬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업률을 평가하지도 않지만, 통합을 앞두고 시범사업에서 이 같은 구분이 없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곽씨는 “건강이 나빠 희망리본 사업에도 참여하지 못한 사람을 시범사업에 넣었다”며 “더구나 취업능력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되어 있는 지자체 자활담당 공무원은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남편이 취직 전 용역업체에 수술 병력을 알리려 했지만 취업을 알선한 수원고용센터 직원이 ‘쓸데없는 얘기는 뭐 하러 하느냐’고 핀잔을 줘 병력을 숨기고 취직해야 했다고 곽씨는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입원해 있는 동안 국민연금공단 관계자가 ‘왜 출근하지 않느냐’고 재취업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업률 지표만 따지느라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이들까지 무리하게 취업에 내몰린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최씨 스스로 취업했다”고 해명했다.

은수미 의원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취업 중도 탈락자 등의 자활을 위한 방안을 보다 면밀히 고심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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