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권력의 도발이 시작됐다. 개헌론을 꺼냈다. 대통령 힘 빼잔 요지다. 객기만은 아닐 터. 무소불위 현재권력의 서슬도 시간엔 못 견딘다. 하지만 정파적 계산이면 국민이 안 참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하 경칭 생략)는 중국 방문길에 몸조심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 그러다가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이후에 개헌을 요구하는데?”라는 질문에 문제의 개헌 발언이 터져나왔다. 김무성은 하루 만에 그의 표현대로 스타일을 구기며 ‘꼬랑지’를 내렸다. 대통령에게 사과했고 연말까지 입조심을 다짐했다. 귀국길 그의 얼굴도 반쪽이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고, 미리 계산된 치고 빠지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말 실수로 넘기기도 곤란하다. 그는 5선 의원이자 당정(黨政)을 두루 오가며 내공을 쌓았다. YS부터 박근혜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대권교체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예스맨도 안 되지만 살아있는 권력과 각을 세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아는 인물이다. 개헌론은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 친박계 의원 60여 명이 개헌론을 잠재우기엔 어림도 없다. 그만큼 국회와 우리 사회에 개헌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여야 모두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가 없는 구도 역시 어느 때보다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 내년을 개헌 골든타임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다수 국회의원이 개헌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뿔뿔이 갈라진다. (…)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을 위한 정파적 개헌으로 변질되는 순간 개헌은 물 건너 간다. 현재 야당의 개헌 공세도 진짜 속마음인지 청와대와 김무성의 틈새를 벌리려는 전술인지 따져봐야 한다. (…) 김무성은 이번에 무심코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의 한계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이 노트북으로 받아 적고 있는데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나 “무능한 대통령에겐 5년도 길다”는 민감한 발언까지 망설이지 않았다. (…) 만약 곧바로 현장 기자들에게 발언 진의를 해명하거나 새누리당 대변인실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면 이렇게 비화될 사안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치적 내공과 주변 참모들의 판단 능력이 그만큼 빈약한 게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김무성의 도발적 개헌론과 한계(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여권의 1, 2인자 갈등은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 이명박 대통령은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수시로 충돌했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의 대립은 임기 내내 계속됐다. (…) 그러나 집권 3년이 지나 레임덕이 오면서 저울추는 급속히 미래권력으로 쏠렸다. 낮에는 친이지만 밤에는 친박 행보를 보이는 의원들의 행태를 빗대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이 유행했다. 양상이 바뀌어 이제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여권 내부의 권력이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 김 대표가 ‘박근혜의 당’을 ‘김무성의 당’으로 서서히 바꿔가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 급기야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개헌론을 점화시켰다.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지만 의도된 치고 빠지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 벌써 일부 친박 의원 사이에선 ‘탈박이김(脫朴移金ㆍ박근혜에서 김무성으로 이동)’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은 미래권력 편이다. 권력무상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탈박이김(脫朴移金)’(10월 18일자 한국일보 ‘지평선’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미국의 적은 중국이다. 패권을 노린다. 요격 미사일의 진짜 용도는 맞수 감시다. 레이더가 달렸다. 북한 위협은 핑계다. 대처가 어렵다. 잠재권력 자극은 불필요하다. 신중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외신 인터뷰에서 미ㆍ중 관계에 대해 “우리 모두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두고 ‘패권국과 신흥 강국은 싸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데서 나온 말이다. (…) 그러나 미ㆍ중은 시 주석의 말과 달리 점차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중화 민족의 부흥’(중국)과 ‘아시아 복귀 전략’(미국)이 외교ㆍ안보ㆍ군사ㆍ경제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ㆍ중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불거졌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중국의 국방 전문가는 “주한미군이 1000㎞ 이상 감시할 수 있는 사드 레이더 방향을 중국 쪽으로 틀면 핵심 전력인 베이징 군구(軍區)와 선양 군구가 미군의 손바닥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중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최근 한국 인사들을 만나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면 한ㆍ중 관계는 그날로 끝”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냐”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 우리가 중국의 ‘협박’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미ㆍ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면 우리도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드가 한국을 함정으로 당기는 고리가 될까 두렵다.”
-‘투키디데스 함정’과 사드(THAAD)(조선일보 ‘특파원 리포트’ㆍ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 전문 보기
““냉전 종식 이후 외교ㆍ군사적 고려에서 최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두루뭉술하게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했지요. 이제는 분명하게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이전에 비해 강도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오랫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일한 한 미국 외교관의 말이다. 그 ‘불확실성’과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은 미국의 ‘주적’이다. 미국의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다. (…) 주일미군은 사실상 일본 자위대와 한몸이다(일체화). (…)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자위대 항공단은 모든 일본군 가운데 최전방 부대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상대는 센카쿠열도(중국이름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이다. (…) 미국과 일본한테 항상 아쉬운 게 있다. 한국군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점이다. 한국이 호응한다면 중국의 주요 시설과 인구가 몰려 있는 동부 해안지역 코밑에서 더 효과적으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해 한-미-일 동맹 체제를 구축하려고 애쓴다. (…)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 가운데 하나다. 이 체계는 요격 미사일보다 함께 운용되는 엑스(X)밴드 레이더가 더 주목받는다. 통상 1천㎞ 이상, 멀리는 2천~3천㎞ 범위까지 샅샅이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사실상 미ㆍ일 대중국 전선의 일반전초(GP) 구실을 하게 된다. ‘북한의 위협’은 이런 대결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좋은 빌미다. 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뒷전으로 밀쳐지고 남북 사이 갈등이 일상화하는 것은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이다. 지금 이미 절반쯤 그렇게 돼 있다. 미국 본토가 직접적으로 위협받거나 한반도에서 열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적당한 수준의 남북 갈등은 있는 게 미국과 일본한테 좋다. (…) 겉으로는 미-중 협력을 말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미-일 동맹의 하위 집행자가 되는 길로 걸어들어가는 꼴이다.”
-미ㆍ일 대중국 전선의 지피(GP)가 될 건가(10월 16일자 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지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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