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당시 "박 대통령 만들기 앞장" 野 "방송 중립성 훼손" 사퇴 촉구
21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곽성문 사장이 공모 당시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논란이 됐다. ‘친박 충성 맹세’에 가까운 낯뜨거운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곽 사장이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사퇴를 촉구하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사장공모 지원서에서 곽 사장은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이 되는 1994년 당시 큰 영애(박근혜 현 대통령)와의 특별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는데, 이 같은 오랜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표의 측근이 됐고, 나아가 이른바 ‘친박그룹’의 일원으로 의정활동 4년 내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 측근임을 과시하며 충성을 다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곽 사장은 또 지원서에서 “이번에 공직을 맡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누가 코바코 사장에 응모할 것을 권했느냐”고 묻는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도 “제 주변 친박 의원들과 상의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지상파 방송의 생명줄을 쥔 방송광고, 즉 방송의 재원 공급을 맡은 분께서 저렇게 ‘친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겠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이룰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 역시 “사장 공모지원서인지,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신청서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미방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도 “과거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지금은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주의를 줬고, 같은 당 민병주 의원 역시 “코바코 사장이 친박 의원과 논의했다고 한 부분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쓴 소리가 나오자 곽 사장은 “시각이 적절치 않았던 거 같다. 처음 지원서를 써봤던 것인데 당시에 생각이 짧았던 거 같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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