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진단 D등급 나와 해체" 고위급접촉 위한 유화 제스처 관측
군 당국이 최근 경기 김포의 해병대 2사단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한 등탑을 43년 만에 철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남북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애기봉 등탑에서 점등행사를 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북한은 “점등행사를 하면 등탑을 조준사격해 격파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등탑이 오래되다 보니 곳곳이 낡고 부식돼 부서질 위험이 많아 최근 국방부 시설본부에서 안전진단을 했다”며 “위험 시설물인 D등급 판정이 나와 지난주에 해체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등탑 철거의 이유로 시설 노후화를 든 것이다.
하지만 철거 시점이 공교롭다. 최근 군사분계선(MDL) 부근 총격전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교전 등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차 고위급 접촉을 거쳐 연말까지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북한과의 갈등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가 43년간 유지해 온 등탑을 보강하지 않고 바로 철거한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애기봉 등탑은 1971년 설치된 18m 높이의 철골 건축물로, 당초 태극기 게양대로 만들어졌다가 이후 전방지역 성탄절 점등행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북한은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전’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얘기봉 등탑은 한밤중에 개성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4년 이후 점등행사를 중단했다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하자 그 해 연말에 점등을 재개했다. 당시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며 조준 사격 위협을 가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연말에는 남북관계 관리차원에서 종교단체의 점등 요구를 거부했다.
군 당국과 김포시는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내년부터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며 새 등탑은 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망대가 관광지이고 대중에게 개방된 공간임을 감안해 임진각이나 도라산전망대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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