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경우도 개헌 얘기 생각 없다" 공식 대응 자제 속 백기 든 양상
靑과 파워게임서 밀려 위상 흠집, 친박 공세·비박 불만에 가시방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1일 청와대가 자신의 개헌 발언을 문제 삼은 데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얘기할 생각이 없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개헌 발언 논란 이튿날인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스스로의 표현대로 ‘꼬랑지’를 내린 데 이어 발언 5일 만에 사실상 ‘항복선언’을 함으로써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체면은 상당히 구기게 됐다.
김 대표는 청와대의 개헌 발언이 알려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17일 아침 회의에서 그와 관련된 해명을 할 때 일체 앞으로 개헌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입을 닫았다.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식 대응은 자제했지만 청와대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위상에 적잖은 흠집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 절반이 지나지 않은 청와대와의 대립이 김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개헌론 이슈를 선도해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김 대표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시에 청와대를 등에 업은 친박계의 파상 공세도 예상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오죽하면 청와대가 직접 나섰겠느냐”며 김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 대표의 얼굴도 편치는 않아 보였다. 청와대의 개헌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표는 “(발언을 한 게) 청와대 누군데”라고 반문했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질문에도 “정권적 차원에서 꼭 이거 성사시켜야 할 문제라고 아무도 나한테 와서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건 퍽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인 비박계 의원들도 불만이 가득한 분위기다. 입법 주체인 국회에서 개헌론 불씨를 지피는데 대해 청와대가 제동을 거는 게 적절하느냐는 이유에서다. 한 비박계 의원은 “경제문제를 이유로 드는 데 그렇게 따지면 언제 개헌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청와대의 잇단 강공에 백기를 드는 모양새에 대해서도 불만스럽다는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딸의 수원대 교수 채용과 관련한 고발 사건 등 불미스런 일로 청와대에 발목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김 대표 스타일상 한 번 머리를 숙였다고 해서 뜻을 거둘 사람이 아니다”라며 향후 당청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을 예상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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