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발생 때 치료 담당 지정 병원 국립의료원 간호사 4명 사직서
"격리병원 지급장비 기준 이하, 감염예방 철저한 대책 세워야"
국내 의료진의 에볼라 창궐지역 파견을 앞두고 안전성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인도주의적으로 의료진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에볼라 환자 발생시 치료를 담당하도록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4명이 사직서를 내는 등 의료진 사이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시도 보건소에 비축 중인 C등급 전신보호복 5,300벌 중 일부를 전국 국가지정 격리병원 17곳에 우선 배부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20일 개정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안전지침에 따른 조치다. 현재 국가지정 격리병원은 대부분 D등급 보호장비를 보유 중이다. 보호장비세트는 완전방수 전신보호복, 이중 장갑, 이중 덧신(겉면 방수), N95호흡마스크와 안면보호구로 구성된다. 창궐지역인 서아프리카로 파견되는 의료진에 대한 보호장비는 선발대가 현지에서 진료 형태 등을 파악한 뒤 결정된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최재욱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D등급보다 낫지만 C등급 보호장비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순 없다”며 “에볼라가 공기를 통해선 감염이 안 되지만 환자의 수술 과정에서 체액을 통해 감염됐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과 대한간호협회는 의협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 의료의 위상과 인도주의적 차원을 고려해 파견에 적극 협력하겠다”면서도 “철저한 사전교육과 반복적 훈련이 필요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안전매뉴얼이 신속히 보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보호장비 탈의 교육이다. 2인 1조로 보호구를 벗는 데만 30여분이 걸리는 보호장비 탈의 과정을 교육할 전문인력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최 소장은 “현지 의료진의 감염은 대부분 보호복을 벗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사스(SARS) 창궐 때처럼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의료진에 의해 매개되기 때문에 의료진 보호가 국민건강 보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옥수 간호협회장은 “‘국경 없는 의사회’는 2주간 진행되는 방역복 탈의와 소독, 폐기 훈련을 소화한 의료진만 서아프리카에 투입하고 있다”며 “우리도 2주간 반복 훈련으로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지정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간호사 4명이 에볼라 감염을 우려해 사표를 낸 것은 에볼라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옥수 간호협회장은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면 국립의료원에서 치료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들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에볼라 치료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의료진을 파견했다가 환자가 발생하면 대책이 없다”고 국가 차원의 안전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가 감염됐다.
격리병원 관리 소홀 등 방역체계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격리지정병원인 S대학병원의 격리실은 8곳 25병상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운영이 가능한 것은 2실 4병상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6병상이 설치된 것으로 집계된 J대학병원도 “시설이 부족해 실제 에볼라 발생시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경남지역의 한 대학병원은 지정병원임에도 지난달 21일 발열 증세를 보인 의심환자에 대해 “우리는 지정병원이 아니다”며 돌려 보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협 등과 파견 의료진의 자격 기준과 공모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모는 24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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