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개혁 미룰 수 없는 상황" 겉으론 靑과 보조 맞추면서도
"두 달 안에 어떻게 하라는 건지" 비주류·소장파 등 현실론 주장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공개 요구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분명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개헌론 점화 논란과 맞물려 본격적인 당청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은 일단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나 공직사회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강행처리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청와대의 연내 처리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2일 일제히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지만, 처리 시점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김무성 대표는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공무원연금기금에 대한 재정 압박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거론하며 “공무원연금의 근본적인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공무원연금의 누적적자 보전액이 2020년에는 70조원에 이를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대적 요구가 됐다”면서 “올해 처리를 목표로 국회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언급은 연내 처리를 못박아 요구한 청와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가급적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온 이 원내대표 주변에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내 핵심당직자는 “연내 처리를 목표로 내세우긴 했지만 솔직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여야 합의안을 만들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두 달 안에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비주류 진영이나 개헌에 적극적인 의원들 사이에선 청와대를 향한 시선 자체가 곱지 않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청와대가 개헌론을 잠재우려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장파 의원도 “정부 측 개혁안조차 확정하지 못해놓고 연내 처리를 강조하는 건 그야말로 블랙코미디”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 측은 고민이 깊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전날 발언에 대해선 날이 잔뜩 서 있지만 정면충돌로 가자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의 대표가 청와대에 무릎을 꿇는 듯한 상황 전개를 묵인할 수도 없다. 개헌 논의의 불씨를 살려나가고 싶은 생각도 적지 않고,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배인 당 전반에 ‘김무성 색깔’을 입혀내는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 대표 측은 분명한 입장은 내놓되 비판의 화살은 엉뚱한 쪽으로 날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관련, “당위성에 대해 다들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의 연내 처리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왜 자꾸 나하고 청와대하고 싸움을 붙이느냐”고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보수혁신위원회 회의장에도 예고 없이 인사차 방문해 “지금 대통령과 나를 (언론에서) 싸움 붙이려고 난리인데 절대 싸울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수도권 중진의원은 “김 대표가 당을 이끄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나 친박주류와 부딪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견했던 일”이라며 “속도와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정치인 김무성’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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