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의 변' 설득력 떨어져…정치적 복선 깔린 듯
'친박' 교감하에 결행 관측도…與파워게임 서막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돌연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사퇴 자체가 전격적인데다 사퇴의 변도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다녀오느라 국내정치에서 잠시 비켜서 있었음에도 불구, 귀국 직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퇴를 선언한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과 석달전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 당내 입지가 탄탄했다는 점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것을 공식 사퇴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 달라.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고 말씀해왔다.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퇴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법이 국회에 장기 계류된 상황을 언급하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 장기 계류된 것은 하루 이틀 얘기도 아니고, 이 시점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고리로 사퇴하는 것은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활성화 법안은 오는 27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가 끝나면 여야가 각 상임위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헌 언급도 했지만 메시지는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김 최고위원은 "개헌은 국가적 중요한 과제다. 이 일이 되려면 이번 정기국회 때 반드시 경제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 이게(경제활성화법안) 통과되지 않으면 개헌의 문제는 완전히 물 건너간다. 이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만 보면 개헌을 위해 경제활성화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하고, 개헌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의미로도 확장할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평소에도 개헌론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해온 것을 거론하며 "오히려 거기에 '개헌이 골든타임이다'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 아마 (대통령이) 많이 가슴 아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헌 필요성보다는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개헌론에 제동을 건 박 대통령의 기조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 최고위원이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걸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충격요법'을 쓴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 일각에서 '김태호의 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40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차세대 리더로 부각됐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시련을 겪은 바 있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 개헌론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연거푸 몸을 낮추는 등 수세에 몰린 상황을 틈타 차기 대선가도에서 과감한 '추월'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고개를 든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와 각을 세우는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과 모종의 교감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카드를 던졌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측을 비롯한 친박 인사들은 김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뜬금없다"면서 사전 교감설은 전면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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