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실리콘에 위조한 지문으로 부동산을 통째로 가로채고 대출까지 받으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의 위조업자는 주민번호 앞번호만 알고도 주민등록증을 완벽히 위조해냈고, 신기술을 이용한 위조지문은 지문 감식기까지 감쪽같이 속였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위조한 주민등록증과 실리콘 지문으로 부동산 명의를 이전하고 대출 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최모(61)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공범 김모(42)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의 위조업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올해 6월 중국에 있는 위조업자 M씨에게 1,300만원을 주고 피해자 이모(64)씨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흐릿하게 넣은 위조 주민등록증과 이씨의 오른손 엄지 지문 제작을 의뢰했다. 최씨는 이씨의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려줬지만 중국의 위조업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지문을 구해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최씨에게 건넸다.
최씨는 7월 3일 서울 시흥동의 한 주민센터에서 이씨 행세를 하며 부동산 명의 이전에 필요한 주민등록 등ㆍ초본과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자신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주민등록증으로 주민센터 직원을 속였다. 오른손 엄지에 낀 실리콘 지문은 지문 감식기도 위조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최씨 일당은 용인지역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다 이씨의 밭 2,300여㎡을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다. 닷새 뒤 최씨는 이씨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는데 성공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주민등록증 사진이 유난히 흐릿한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이들이 빠져나간 뒤였다. 경찰은 탐문수사 등을 통해 이들을 9월 25일 붙잡았다.
최씨 일당은 부동산 명의 이전에 성공한 뒤 7월 11일 강남의 한 저축은행을 방문해 이를 담보로 대출 15억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씨의 밭은 실거래가 5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경찰이 인감증명서 부정발급 사실을 알려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의 위조업자가 금융기관이나 이동통신사의 전산망을 해킹해 이씨의 지문 등 개인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폰을 개통할 때 복사한 이씨의 주민등록증 앞ㆍ뒷면이 위조업자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고서는 지문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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