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 등 우리 군 전력 증강 완성 시점 감안
한미 양국이 23일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하면서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은 우리측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당초 미측은 2021년 초반을 전작권 전환 시기로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측이 시기가 아닌 조건의 이행에 따라 전작권 전환 여부를 판단하자고 맞서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었다.
우리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이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작권이 전환되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5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에게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하자고 공식 제의했고, 이후 한미 정상회담과 국방당국간 후속협의를 거치면서 의견을 조율해왔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겪은 정부가 같은 해 6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한미 양국의 합의에 전작권 전환 시기는 빠져있지만 이를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하는 것은 우리 군의 전력증강 일정을 감안한 결과다. 양측은 SCM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 7항에서도 ‘한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데 있어 핵심 군사능력인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발전시킬 것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공격을 신속하게 탐지, 교란, 파괴하는 일련의 대응체계이고 KAMD는 미사일을 방어하는 시스템으로, 이 둘을 합쳐 한미 양국은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이라는 개념으로 통칭하고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우리측이 주도하고 미측이 지원하는 형태로 작전수행 방식이 변하기 때문에 킬체인과 KAMD 확보를 비롯한 우리 군의 군사능력 강화는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한 선결과제다.
우리 군의 첨단 전투력 증강 사업도 대부분 2020년 이후로 맞춰져 있다. 육군은 동두천에 주둔한 미 2사단 소속 210여단의 화력을 대체할 차기 다련장 사업을 2020년쯤 마칠 계획이다. 또한 킬체인의 핵심 타격수단과 탐지수단으로 꼽히는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타우러스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KAMD의 주축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과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등의 전력화 일정도 2022~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조건을 갖추기 위한 한국군의 능력에 관해서는 목표연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핵심 군사수단을 확보하려면 17조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반영된 예산만 1조1,771억 원에 달한다. 국방예산이 복지에 밀려 전반적으로 삭감되면서도 이 부분의 예산은 580억 원 늘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전력증강 사업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전작권 전환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늦춰진 데는 적정수준의 국방예산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군 관계자는 “당초 매년 국방예산이 7~9% 정도는 증액될 것으로 예상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잡았는데 지금은 불과 3%대에 그치고 있다”며 “핵심 무기 도입사업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연기되면서 추가 비용부담도 향후 논란거리다. 미측의 무기와 정보자산이 여전히 한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우리가 안보비용을 미측에 전가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비용부담은 양국의 국내법과 재원의 가용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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