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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협 제거-우리軍 완벽준비' 너무 광범위한 조건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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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협 제거-우리軍 완벽준비' 너무 광범위한 조건이 문제

입력
2014.10.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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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사전준비 충실히 해도 北 군사 능력 변화 따라 좌우

김정은 국정기조 핵 포기할 리 없어 비핵화 조건 충족 가능성 희박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워싱턴D.C 알링턴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워싱턴D.C 알링턴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양국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전제로 합의한 ‘3가지 조건’(본보 9월 14일자 1면)은 한반도의 안보환경과 우리 군의 능력을 포괄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치에 따른 외부의 위협요인이 제거되지 않거나 내부적으로 우리 군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전작권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합의와 달리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못박지 않고 조건만 제시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3가지 조건은 너무 광범위한데다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우리의 사전준비 보다는 북한의 군사능력 변화라는 외부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과연 정부가 전작권 환수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우리 군의 능력 어떻게 높이나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국지도발과 전면전 상황의 초기단계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3가지다. 우리 군의 능력 2가지와 외부 안보여건 1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전작권 전환을 무한정 연기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3가지 조건은 결국 양국이 대체로 2020년대 중반까지 집중적으로 군사자원을 투입해 달성할 목표나 마찬가지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이라는 조건은 우리가 실제 전작권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화력전 수행능력과 탐지자산의 성능을 높이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우리 군이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이라는 조건은 국지도발이나 전면전과 같은 북한의 선제적 도발 상황에서 개전 초기에 우리 군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 본토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투입되기 전에 우리 군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과 대등하게 맞서야 즉각적인 반격을 통해 공세로의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지난해 ‘맞춤형 억제전략’을 완성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수준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작전을 규정한 것이다. 가령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해 미사일에 실어 공격하는 경우 이를 신속하게 탐지→방어→교란→파괴해 무력화시키는 개념과 원칙을 담고 있다.

또한 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방어를 논의하기 위해 ‘확장억제 정책위원회’와 ‘미사일 대응능력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두 위원회를 합쳐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양국은 기존 한미 정보교류회의 외에 ‘연합이행 관리체계’를 가동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역량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나갈 방침이다.

● 비핵화되면 바로 전작권 전환 착수

전작권 전환의 마지막 조건인 안보환경은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방법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이를 억제하는 두 가지다.

핵심은 비핵화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가 달성되거나 통일이 된다면 조건 충족에 관계없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초기단계에서 우리가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조건의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국정기조로 채택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북한의 위협이라는 외부요인에 맞춰 설정한 것 자체가 안이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과거 2012년과 2015년을 전작권 전환 시기로 못 박으면서 매년 이행수준을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했고, 모든 사전준비를 목표연도에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미측과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은 실천과제라기 보다는 언제 실현될지 기약할 수 없는 공허한 구호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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