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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6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리츠칼튼 호텔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선 한민구 국방장관은 억울한 표정이 역력했다. 호텔에서 직선 거리로 1.2㎞ 떨어진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이날 SCM에서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건부 연기’를 국내 대부분 언론이 ‘사실상 무기연기’로 평가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무서워 미국에 매달렸다’는 일부 비판적 평가까지 의식한 듯, 한 장관은 40분 간담회 내내 우리 정부의 강력한 전작권 환수 의지를 줄곧 강조했다. “우리가 (전작권)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상 무기연기가 아니냐고 표현하다니, 그건 상당히 비약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간담회에서는 공동성명에 2020년대 중반으로 모호하게 표현된 전환 목표시기를 국방부가 내부적으로는 2023년 이후로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전날 워싱턴 주재 특파원 상대 사전설명 때에는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했던 국방부 실무자들도 이날은 한 장관과 함께 적극 해명에 나섰다.
‘무기한 연기’라는 평가가 나온 가장 큰 이유가 ‘역내 안보환경의 안정화’라는 모호한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해명했다. 그는 세 가지 조건 중 ▦북한 재래식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이 ‘에센셜 컨디션’(핵심 조건)이고 안보환경은 ‘서피션트 컨디션(충분 조건)’이라고 말했다. 앞의 두 개 조건이 충족된 뒤에야 마지막 조건을 평가하게 된다고 것으로 이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다는 전날 설명과는 사뭇 달랐다.
한 장관은 전작권 연기와 한미연합사 용산 잔류 등을 양국이 협상과정에서 맞교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강하게 부인했다. 군사 안보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빅딜’은 없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SCM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ㆍ미ㆍ일 정보협력을 언급한 것과 관련, 언론적 언급이지 추가 의제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워싱턴 기준으로는 SCM 개최 다음날인 24일 오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3차 외교ㆍ국방장관 연석회의’(2+2)도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사석에서는 서로 애칭을 부를 정도로 막역한 관계인 윤병세 외교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2+2’ 회의 후 별도 외교장관회담을 개최,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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