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이 26일 선체 인양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세월호 인양을 놓고 의견을 모은 것은 처음이다. 실종자 가족 일부가 앞서 23일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색의 최후 수단으로 선체 인양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3일 만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선체 인양과 관련, 모든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26일 오후 11시30분쯤 들었다”며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도체육관에 머물던 실종자 7명의 가족들은 수중 수색을 지속할 것인지, 선체를 인양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배 변호사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에서 진도로 내려오지 못한 단원고 남현철군 가족과 고창석 교사의 가족은 배 변호사와 전화 통화로 의견을 전했으며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한 가족은 직접 팽목항을 찾은 배 변호사에게 의견을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초 이날 오후 8시 선체 인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성원에 어려움을 겪어 공식 모임을 철회하고 대신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9시부터 배 변호사에게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 측은 당초 이날 회의에서 인양에 대한 공식 의사를 표시하고 의결 정족수 결정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10명을 기다리는 전체 9가족 중 3분의 2 이상 찬성하는 다수결 방식과 만장일치로 결정하자는 두 의견이 제시된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을 논의한 데에는 수색 작업을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있다. 세월호 탑승자 중 시신을 찾은 사망자는 294명(구조자 174명)이며, 석 달 전인 7월 18일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이후 추가 수색 작업은 성과가 없었다. 갈수록 날이 추워지고 선체가 무너지고 있어 잠수 작업이 한계를 보이는데다 마지막 시신 발견 후 석 달 동안 수색 작업에 들어간 비용도 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어렵사리 인양에 동의하더라도 인양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양 비용이 1,000억원이 넘고 인양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천안함(1,200톤급)은 선체가 두 동강 난 상태로 인양하는데 한 달이 걸렸고 비용은 200억원이 들었다. 세월호는 6,800톤급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 및 선미와 비교했을 때 10배 무거운 셈이다. 일부에서는 인양을 하더라도 시신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도 큰 도움이 안 돼 인양 실익이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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