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공식 발표했다. ‘더 내고 덜 받는’ 정부개혁안을 기본 골격으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현행 60세인 연급 지급시기를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연장, 2031년부터 65세로 늦추기로 했다. 또 고위 공무원의 수령액은 당초 정부안 보다 더 깎고 하위직 퇴직자에 대해선 인하폭을 더 줄여 하후상박(下厚上薄) 구조가 이뤄지도록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오늘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혁안을 당지도부 명의로 공식 발의, 연내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번 개혁안이 국민연금처럼 소득이 높아질수록 보험료 대비 연금액이 낮아지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가한 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많이 낸 만큼 많이 받아가는 식의, 사실상 고위직에 유리한 구조를 바꿔 하위직인 현장의 소방, 경찰, 일반행정 공무원 연금을 일부 보전토록 설계했다. 다만 앞으로 공무원의 반발 무마와 사기 진작을 이유로 퇴직수당의 대폭 인상 등 과도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할 경우 재정부담 경감이라는 개혁안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새누리당은 이제 공무원 연금개혁에 집권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야당 또한 자체적으로 안을 내놓고 본격 협상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최근까지 거의 뒷짐을 지고 있다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을 입안 중이라거나, 개혁안의 연내처리 불가 등의 말을 해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강기정 의원은 새누리당 개혁안에 대해 “중하위직 공무원연금 축소가 불가피해 하후상박이 아닌 ‘하박상박(下薄上薄)’의 개악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물론 새누리당 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공무원연금을 군인ㆍ사학 연금 등 기타 공적 연금과 함께 장기 재정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새누리당의 개혁안이 연금시기를 65세로 늦추면서 그 시행시기를 2031년으로 정해 지나치게 장기과제로 설정한 것이 타당한 지도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공무원연금개혁의 성패는 내용 못지 않게 속도도 중요하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2009년을 비롯해 과거 세 차례의 연금개혁이 사실상 무늬만 개혁으로 끝난 것도 정부가 공무원의 의견을 반영한다며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저항이 확산돼 결국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 안보다 더 훌륭한 안으로 국민으로부터 야당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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