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이 심장 이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5일 만인 27일 오후 8시 19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 향년 46세.
신해철은 지난 1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복부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해 22일 재입원했으나 갑작스런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다. 의료진은 심정지 원인을 찾기 위해 최근 수술을 받은 부위를 개복해 해당 부위에 응급 수술을 하기도 했으나 동공반사가 없는 의식불명 상태가 이어졌다.
당시 소속사 KCA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심정지의 원인은 부어 오른 장으로 인한 심장 압박이고 심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지만 장 상태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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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록 밴드 ‘무한궤도’의 멤버로 데뷔했다. 대회 참가곡인 ‘그대에게’가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무한궤도 해체 후 솔로로 나서 ‘안녕’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등의 히트곡을 냈다.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낸 뒤엔 1992년 록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펼치는 한편 ‘인형의 기사’ ‘도시인’ ‘날아라 병아리’ 등의 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프로그레시브 록과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한 넥스트는 사회비판적인 가사로도 관심을 끌었다. 1997년 일시 해체했으나 2003년 재결성한 후 현재까지 활동 중이었다.
신해철은 넥스트로서 낸 6장의 정규앨범 외에도 6장의 솔로앨범과 2장의 프로젝트 앨범을 냈다. 음악 외적으로는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에서 과감한 진행으로 인기를 끌며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인은 2002년 결혼 전까지 암 투병 중이던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윤원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2년엔 담낭염으로 간의 절반을 떼내고 쓸개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은 뒤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올 6월 아카펠라로 만든 싱글 ‘아따’로 6년여 만에 복귀해 지난달 콘서트도 열고 방송 출연도 활발히 했다.
신해철은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사회 참여적 발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7월 본보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씨와 딸 지유, 아들 동원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호. 발인과 장지는 미정이다. (02)3010-2000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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