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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볼라 방역복 벗는 데 19단계…일일이 소독 20분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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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볼라 방역복 벗는 데 19단계…일일이 소독 20분 '진땀'

입력
2014.10.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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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될 의료진에 지급하는 장비, 속장갑·덧신·보호복·호흡장치…

벗으면서 맨손으로 장갑 만지는 등 실제 상황에선 위험한 실수 연발

한국일보 손현성 기자가 2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에볼라 의료진에 공급될 C급 보호장비를 시험 탈착하는 과정에서 벗으면서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복 겉을 소독하고 있다. 청주=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한국일보 손현성 기자가 2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에볼라 의료진에 공급될 C급 보호장비를 시험 탈착하는 과정에서 벗으면서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복 겉을 소독하고 있다. 청주=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허리에 달린 전동식호흡장치는 안면보호구로 4~8시간 산소를 공급한다. 청주=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허리에 달린 전동식호흡장치는 안면보호구로 4~8시간 산소를 공급한다. 청주=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덧신 끈을 그렇게 꽉 묶으면 나중에 진땀 빼요. 끈 푸는 데 안간힘 쓰며 발 빼다가 오히려 감염에 더 노출될 수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아줄 방역복은 단단히 묶고 조여야 효과가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관건은 얼마나 안전하게 벗느냐였다. “벗을 때를 염두에 두고 입어야 한다”는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의 따가운 지적 속에 규정을 지켜가며 방역복을 입는 시간만 15분, 벗는 시간은 20분을 훌쩍 넘겼다.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기자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C급 개인보호장비(PPE)들을 착용한 뒤 벗어보았다. 이 장비들은 다음달 서아프리카로 파견될 의료진과 에볼라 환자 발생시 국내 국가지정 격리병원 17곳에 지급되는 것들이다.

보호장비 착용법은 15단계에 이를 정도로 복잡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개정안을 참고한 ‘에볼라 바이러스병 대응지침’ 수정판에 실린 매뉴얼을 그대로 따랐다.

혼자 입고 벗는 것은 불가능하다. 훈련된 관찰자인 코치가 함께 해야 한다. 장비를 입기 위해 겉옷을 벗고, 시계를 풀자 코치인 임승현 연구원은 “착용 전 장비에 하자가 없는 지 확인하라”고 했다. 봉제선에 테이프 형태로 코팅이 돼 있는 방역복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 고무와 라텍스 재질의 속장갑을 끼고, 벗기 불편하지 않게 속덧신을 신은 다음 전신보호복을 입었다.

가슴 쪽으로 난 보호복의 지퍼를 올린 뒤 틈 사이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테이프 형태의 이중 차단막을 지퍼위로 단단히 붙였다. 이어 겉장갑과 겉덧신을 착용한 뒤 보호복을 방수테이프로 묶었다. 방수테이프가 보호복에 완전히 달라붙으면 장갑을 낀 채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테이프 끝을 고리 형태로 돌돌 말아놓아야 했다. 탈의 시 고리를 잡아 테이프를 떼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 뒤 머리카락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후드를 썼고, 허리 뒤쪽에 전동식호흡장치(PAPR)를 둘렀다. PAPR는 호스로 연결된 안면마스크(풀 헤드캡)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비로 환자의 체액에서 튀는 미세방울(에어로졸)로 인한 감염을 N95마스크보다 안전하게 차단할 수 있다.

안면마스크를 쓰자 ‘윙, 윙’하며 산소가 방역복 내부에 공급됐다. 최대 8시간까지 산소가 공급된다. 턱 쪽에 난 20여개의 구멍으로 뱉은 숨이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입김을 불어도 마스크가 뿌옇게 되지 않았고, 벗을 때까지 투명한 상태를 유지했다.

착용 완료한 방역복의 무게는 1㎏남짓. 30분 넘게 질병관리본부 복도를 돌아다니는 동안 방역복 안으로 적당히 땀이 찼으나, ‘사우나 수준’은 아니었다. PAPR로 산소가 계속 주입되자 10여분 뒤 방역복은 우주복처럼 풍성하게 부풀었다. 손태종 보건연구사는 “보호복이 부푸는 건 장비에서 공기가 새는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는 것보다 벗는 것이 훨씬 까다로웠다. 겉장갑 소독부터 수술용 가운 벗기까지 19단계마다 소독액을 뿌려야 하고, 보호복 안감을 바깥 면으로 뒤집어 말면서 천천히 벗어야 했다. 평소 습관 때문에 왼손 장갑을 벗은 뒤 맨손으로 장갑 겉면에 손을 대고, 소독 없이 비뚤어진 안경테를 매만지다가 코치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장갑 덧신 등은 뒤집어 돌돌 말아 포갠 뒤 폐기물함에 버렸다. PAPR(대당 80만~120만원)과 안면마스크(20만원선)는 코치 등이 대신 받아 소독해야 한다. 방역용품들은 모두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게 원칙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탈의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발생하는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숙달된 감독자와 2인 1조로 반복훈련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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