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사인으로 갈음되는 문제 아냐 대통령이 털고 가야" 결단 촉구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는 대선공약 파기”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이번 국감에서 ‘청와대 얼라(어린아이)’ ‘나이브(순진)하다’ 등의 노골적인 표현으로 청와대와 외교안보부처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한 데 이어 3번째로 날린 돌직구다. 한미 양국이 24일 전작권 전환시기를 당초 내년에서 2020년대 중반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친박 실세의 소신 발언이라 파장이 주목된다.
유 의원은 이날 외교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전작권 전환은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고 당선자 시절 인수위 보고서, 취임 후 국정과제보고서에도 들어 있었던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공약 파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24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작권 전환은 국가 안위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봐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공약 파기가 아니다”고 밝힌 데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유 의원은 이어 “지도자가 북한의 위협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면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털고 가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분이 덜 풀린 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향해 “전작권과 같은 중요한 안보상 문제는 (한미) 장관이 사인한 것으로 갈음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왜 떳떳하지 못하나. 옳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윤 장관은 즉답을 피했다.
유 의원은 앞서 7일 외교부 국감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기간 ‘중국 경도론’ 구절이 포함된 발언자료를 사전에 배포했다 취소한 것을 놓고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8일 통일부 국감에서는 4일 인천을 찾은 북측 2인자그룹 3명이 청와대 예방 제안을 거부한 것을 질책하며 “그렇게 나이브(순진) 하나”라며 정부의 전략부재를 꼬집었다.
이날 국감에서 새누리당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약 파기라고 거세게 비판하며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윤병세 장관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맞물려 서울 용산의 한미 연합사 일부와 경기 동두천의 미2사단 210화력여단이 잔류하면서 국회의 비준동의를 새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기존 미군기지 이전계획은 군사당국간 합의”라며 “정부 내 1차 법률검토 결과 잔류하더라도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답했다.
한편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 수단인 경기 김포의 해병2사단 애기봉 등탑을 설치 43년만인 지난 16일 돌연 철거(본보 10월 22일자 1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위 국감에서 “원래 내년 3월에 철거하기로 돼 있었는데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당초 “정치적 의미는 없다”던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대북 유화 제스처로 등탑을 철거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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