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이 기합을 받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사건(본보 6월25일자 12면)이 발생해 학교 현장의 체벌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여전히 전국 중ㆍ고교생 중 절반 이상은 학교에서 체벌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8일 교육인권단체인 ‘인권 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중ㆍ고교생 5,8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14 전국 학생인권ㆍ생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앉았다 일어났다’, ‘오리걸음’ 등 신체적 고통을 야기하는 체벌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60%(3,504명ㆍ복수응답)에 달했다. 손발이나 도구를 이용한 교사의 직접 체벌을 경험ㆍ목격한 학생은 45.7%(2,673명), 교사의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도 42.6%(2,483명)나 됐다.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나 학교 체벌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체벌을 경험한 학생 비율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는 전국 중고교생 2,589명 가운데 24.8%(643명)만 체벌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었다.
또 학교에서 체벌을 전혀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지난해 43.5%였지만 올해는 직접ㆍ간접 체벌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자가 각각 29.1%, 19.4%로 낮아졌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선언적으로만 체벌을 금지할 뿐 학생에 대한 구제 조치나 체벌 교사에 대한 연수 및 징계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체벌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행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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