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9일 국회 회동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여야가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에 합의하는 등 일부 성과도 냈다. 지난해 9월 3자 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김한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언쟁을 벌여 회담 후 정국이 더욱 경색됐던 것과는 대비된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오전 10시 53분부터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행된 이날 회동은 시작부터 가벼운 농담이 오가며 간간히 웃음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비교적 작은 원탁테이블을 두고 “테이블이 조그만 해서 오순도순 안 할 수가 없다.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여당이 좌측, 야당이 우측에 앉은 자리배치를 두고 “오늘 저쪽(여당)은 좌편이고, 이쪽(야당)은 우편”이라고 말문을 연 뒤 “(박 대통령이) 경제박사 다 되셨나 생각했다”는 덕담도 건넸다. 시정 연설에 앞서 가진 티타임에서는 박 대통령이 문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두 번 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문 위원장이 “비대해서”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공개 발언이 끝날 때쯤에는 미묘한 기류도 흘렀다. 문 위원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뒤 “듣기 거북하더라도 우파(앉은 자리 기준) 쪽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문 비대위원장이 곧바로 “정말이에요?”라며 되물어 참석자들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비공개로 1시간 가량 이어진 회동에서 야당 지도부가 준비한 얘기를 말하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주로 듣는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문제 등 껄끄러운 주제를 두고서는 진지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강한 주장도 많아 나왔지만 또 이해하는 부분도 많았다”며 “얘기가 아주 잘 됐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이야기할 내용을) 다 이야기했고 중간중간 대통령 답변도 있었고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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