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자원외교·4대강 국조 요구 등 朴 대통령, 별다른 호응 안보여
사이버 감청 논란도 원론적 공감만...대통령·여야 정치권 사이 현안 조율보다 소통 통로 확보 의미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거의 모든 국정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와 세월호 3법의 이달 내 처리 등을 합의하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최근 정국의 핵심 쟁점인 개헌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등에선 서로의 인식 차이만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은 현안 조율보다는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소통 통로를 확보했다는데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예산안ㆍ세월호3법 처리 등 손쉬운 합의만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부터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순위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정연설에서 강조했듯 여야 지도부에 법정시한 내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한 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세월호 3법’의 처리를 당부했고, 한ㆍ캐나다, 한ㆍ호주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조속한 비준동의를 주문했다.
예산안 처리는 야당 반대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 야당으로서는 국회법(국회선진화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예산안 자동상정제도를 감안하면 반대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현안이다. 세월호 3법도 지난달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약속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 후 “완전히 합의된 법안을 갖고 정부조직법이 처리될 수는 없지만 (여당이) 의결해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정부안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야는 이르면 30일 세월호 3법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여야는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대해서도 “각 당이 처리를 요청한 기초생활보장법 등 법안들에 대해 정기국회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캐나다 및 호주와의 FTA 비준동의 요청과 관련해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에게 “적극 협조는 하되, 축산농가 보호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제를 달았다. 신속 처리를 주문한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여야 지도부는 “정무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무원연금법 연내 처리와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붙였다.
새정치 “할 말은 다 했지만…” 사실상 빈손
새정치연합은 최근 당청 간 갈등요인으로 부각된 개헌 논의를 포함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현안들을 적극 거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은 거의 듣지 못했다. 그나마 새정치연합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 박 대통령이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인 정도였다.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상 사업에 대해선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재비준 논란이 일고 있는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와 관련 “용산과 동두천 주민들을 배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안철수 의원 장인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밝히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국회의 재비준을 꼭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용산기지 내 한미연합사 및 동두천 미2사단 210화력여단 잔류에 따른 문제를 제기했다.
문 위원장은 국감에서 논란이 된 사이버 사찰 논란과 관련해 “합법적 감청은 국가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그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감청은 절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요구했고, 이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도 원론적 수준의 공감을 표했다. 남북관계 경색요인인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선 정부의 적극적 제지를 요청했고,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2조2,000억원의 국비 지원 대책 마련과 담뱃값 인상분의 지방 소방예산 반영 등을 요청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무원연금제도와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무원연금과 공공기관 개혁은 한 정권의 운명이 달린 것”이라며 “절차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덤터기를 쓸 수 있으니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면 반드시 망한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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