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달리 우호적 분위기
朴 '경제' 대부분 할애 59번 언급, '세월호'는 단 한 차례도 안 꺼내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국회 시정연설은 싸늘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야당 의원 대부분이 기립하거나 일부는 박수를 보내는 등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약 37분간의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59차례 언급한 반면 ‘세월호’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꺼내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다른 키워드인 국민(31차례)과 안전(19차례), 성장(15차례), 혁신·노력(각 14차례), 창조(12차례), 개혁(11차례) 등에 대한 언급 횟수와 비교해도 ‘경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 대통령은 경제를 언급하면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거나 손동작을 보이며 중요한 `부분을 강조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할 때는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라며 큰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규제개혁 및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할 때는 두 손을 모아 호소했다.
반면 ‘세월호’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적 적폐와 관련해 “최근 우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각종 적폐의 흔적들이 세월이 흘러도 후손들에게 상처로 남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만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3법’ 중 하나인 ‘유병언법’에 대해서만 조속 통과를 요청했을 뿐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한 여야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 회복에 힘을 쏟아야 될 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우회적인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입장과 퇴장을 포함해 모두 28차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첫 시정연설 당시 35회보다 줄어든 것으로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했고, 야당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연설 도중 박수를 치는데 동참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그러나 지난해 시정연설에선 대통령 입ㆍ퇴장시 자리엔 앉아 있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대부분 기립해서 대통령을 맞았고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후에 맨 앞줄에 있던 새정치연합 배재정 홍익표 김기식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기립이나 박수 여부는 의원 각자의 양식에 맡겼다”며 “지난해 정국 대치 상황과는 다소 달라져 대부분의 의원들이 기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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