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현행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제시한 근거 중 하나는 외국의 판례와 입법추세였다. 평등선거 원칙, 투표 가치가 평등한 선거를 위해서 3 대 1 이하로 하고 있는 현재 인구편차 기준을 정치 선진국인 외국처럼 엄격하게 적용해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헌재는 미국 연방하원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구별로 동일한 인구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대적 평등에 가깝도록 인구 편차를 줄이되 그렇지 못하면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평등선거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독일은 상하 편차 15% 이내가 원칙이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25%까지만 상하 편차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1994년 2월 4일 선거구획정심의회설치법을 통해 ‘각 선거구의 인구 중 가장 많은 것을 가장 적은 것으로 나눠 얻은 숫자가 2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했다. 상하 편차 33.3%(2 대 1)를 허용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인구비례 2.3 대 1인 선거구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이 같은 외국 기준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박한철ㆍ이정미ㆍ서기석 재판관이 반대 의견을 내놓은 이유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정치 선진국이 인구편차의 허용한계를 점점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하 양원제를 운영하는 이들 국가를 단원제인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스위스는 인구수와 관계없이 각 주마다 2명씩, 스페인은 각 지방마다 4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며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하원의원격인 중의원은 2 대 1의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지만 상원의원격인 참의원은 인구비례 5 대 1 이내의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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