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찮은 기류 보이는 tvN '미생'
직장인의 고민 보이며 공감 이끌어
60명 배역에 저마다 캐릭터 입혀 지상파 스타 캐스팅 식상함과 대비
고작 4회 방송했을 뿐인데 기류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응사)를 보는 듯 하다. 1.6%(닐슨코리아)로 시작한 방송이 3회 만에 3%를 넘은 것을 봐도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tvN의 금ㆍ토 드라마 '미생'이다.
‘미생’은 평범한 듯 치열한 직장인의 일상을 전한다. 어찌 보면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내용이지만 20대를 비롯해 여러 연령대 직장인의 고민을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공감을 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속 20대가 특히 눈길을 끈다. 서글픈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주인공 장그래(임시완)는 목욕탕 청소와 대리운전, 택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잇는, 미래가 불안한 현실의 20대들과 닮아 있다. 이 때문에 20대 취업 준비생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 인터넷에 연달아 글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제껏 드라마의 중심을 차지한 적이 없던 40, 50대의 자화상도 등장한다. 25일 방송된 4회에서는 장그래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한석율(변요한)이 노동일을 하다가 구조조정으로 정리 해고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장그래 역시 부장의 낡은 슬리퍼를 보며 중년 직장인의 비애를 생각한다.
‘미생’에서는 남성 직장인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주시청자는 20~40대 여성이다. 실제로 4회 방송의 여성 시청률은 20대가 4.2%(이하 TNmS), 30대가 3.6%, 40대가 4%에 이르렀다. 동명의 원작 만화 누적 판매부수가 100만부를 넘어선 것도 성이나 연령의 차이를 넘어선 ‘미생’의 인기를 보여준다. 드라마 '미생'의 정윤정 작가는 “직장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통해 현실을 알고 그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미생'의 또 다른 매력은 출연진이다. 김원석 PD는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60명에 달하는 모든 배역에 저마다의 캐릭터를 입혔다고 했다. 그러자면 그만큼 캐스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우, 김성균, 손호준, 유연석 등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발굴해 걸출한 스타로 만든 ‘응사’의 캐스팅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미생’에서는 임시완을 비롯해 변요한, 김대명, 강하늘 등이 연기력과 개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전해주는 참신함이 드라마 몰입도를 높인다.
만약 ‘미생’이 지상파에서 방송됐다면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까. 현재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이 10%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스타 중심 캐스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제작비가 올라가고 극의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생’은 케이블에서 방송됨으로써 톱스타 위주의 식상한 화면과 중ㆍ장년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생’은 ‘응사’의 제작 시스템을 따라 가고 있다. ‘미생’의 결과 또한 ‘응사’를 따라갈지 궁금하다.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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