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 때이르게 차기 대선후보 깜을 놓고 아전인수 식 ‘반기문 띄우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계파모임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거론하더니 이번엔 야당이다. 야당 원로의 한 사람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3일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측근들로부터 차기 대선후보 영입 의사를 타진 받았다고 소개했다. 같은 당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도 어제 한 방송에 나와 정치는 현실이라며 “당선 가능성, 집권 가능성이 큰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반 총장 영입에 힘을 실었다.
정 상임고문의 말대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당선 가능성 높은 인사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려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출중한 외교안보 역량을 쌓았고 유엔사무총장직을 재선하며 세계적 명사로 우뚝 선 반 총장이다. 외형적으로 그만한 경쟁력을 갖춘 대통령감이 또 있을까 싶다. 지난달 중순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그는 39.7%을 얻어 다음 순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3배 가량 앞서는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 때의 안철수 현상처럼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새 인물 선호 심리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3년 이상 앞두고 정치권이 대선후보감을 놓고 서로 먼저 찜 하듯 경쟁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해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본인의 깊은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반 총장은 공사석에서 여러 차례 정치참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유엔 수장으로서 지구촌 곳곳의 심각한 분쟁과 빈곤, 환경 문제 등의 난제를 푸는 데 집중해야 할 때에 국내정치의 소재로 삼아 흔드는 것은 반 총장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 임기 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이끌어야 할 친박계 인사들이 반 사무총장 끌어들이기에 앞장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여부는 알 바 아니고 오직 차기 정권에서도 살아남는 길을 찾는 데만 급급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고 무엇인가. 당내에 자신들이 내세울 차기 주자가 없는 절박한 사정은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제1야당의 행태도 잘못이기는 마찬가지다. 정통 야당의 큰 뿌리인 동교동계 인사들이 유력 외부인사 끌어 들이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꼴사납다. 정당에 참신한 새 인물을 수혈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못한 채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사를 끌어들여 집권을 도모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정치권은 계파적 이해관계로 벌이는 반기문 끌어들이기 경쟁을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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