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직장인이여, 심야식당으로 오라!”
삶에 지친 도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 길고양이 같은 도시인들은 심야식당에 모여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시각과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공감각 뮤지컬 심야식당(극본 정영ㆍ연출 김동연)이 16일부터 서울 대학로 뮤지컬센터 중극장에서 공연된다. 심야식당 주인 마스터 역을 맡은 배우 송영창과 성기윤은 무대 위에서 직접 요리해 관객으로 하여금 연극(시각)과 노래(청각)는 물론이고 맛(후각)까지 느끼게 할 계획이다.
심야식당은 일본 도쿄 신주쿠 뒷골목을 배경으로 삼은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만화가협회 대상 수상작인 심야식당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됐고 한국에선 뮤지컬로 제작됐다. 정영 작가는 “2010년 만화 심야식당을 읽다가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일단 극본부터 쓰고 노래를 만들고 나서 제작사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원작 만화에는 대사가 드물다. 말 줄임표가 많아 표정과 맥락을 통해 속내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정 작가는 이점을 주목했다. “대사가 유독 짧았다. 설명도 설득도 없었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말하지 않는 속내를 노래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까닭에 음악을 창작하면 좋은 뮤지컬이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정 작가는 보기 드물게 극본을 쓰면서 노랫말까지 직접 창작했다.
국내 유일 창작뮤지컬 시상식인 예그린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혁신상을 차지했던 심야식당은 올해 창작뮤지컬 육성지원 재공연 사업에 선정되면서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려진다. 심야식당은 자극적인 소재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도시인의 이야기를 음식과 노래를 통해 풀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야식당은 등장인물과 공간적 배경을 일본인과 신주쿠 뒷골목으로 삼았다. 그래서 일본색을 빼고 한국색을 집어넣자는 의견도 꽤 많았다. 이와 관련해 정 작가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극본에 담았다”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만 모두 넣은 만큼 굳이 공간적 배경을 도쿄에서 서울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뭐라고 할까? 뒷골목에서 길고양이 같은 도시인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바로 심야식당이다. 초연과 다르게 이번에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도 심야식당을 찾은 손님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관객이 마치 제3의 배우가 돼 식당 주인과 손님의 대화를 듣는다고 느끼시도록 김동연 감독께서 연출해주실 계획이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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