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원ㆍ명-곤경에 빠진 제국
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현 옮김
너머북스ㆍ568쪽ㆍ3만원
중국사를 다룬 역사책이 원과 명을 한 권으로 묶는 예는 거의 없다. 원은 오랑캐 몽골족이 세웠고 명은 원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한족의 나라여서 단절과 차이를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원과 명의 역사에는 분명 연속성이 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전6권)의 다섯번째 권인 이 책은 원-명의 연속성과 변화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책임편집자인 티모시 브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썼다. ‘쾌락의 혼돈’ ‘베르메르의 모자’ ‘근대 중국의 친일 합작’ ‘능지처참’ 등의 번역서로 한국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역사학자다.
원-명 교체와 멸망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주목하는 게 여느 중국사 책과 크게 다른 점이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40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가뭄, 홍수, 기근, 메뚜기떼, 한파, 전염병 등이 정치적 변동이나 농민 반란과 상관 관계가 있음을 설명한다. 기후결정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설명하려면 날씨가 설명의 일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중국사를 지구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도 특징이다.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명의 국제무역이 유럽까지 뻗으면서 세계경제와 통합되는 과정을 중국이 초기 근대(15~18세기) 형성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한다. 근대는 서구만의 발명이 아니라는 얘기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황제 중심의 이야기보다 일반 서민의 삶과 경험을 보여주려고 했다. 정사, 실록, 지방지, 문집 등 각종 사료에서 찾아낸 에피소드와 시, 그림 등을 곳곳에 배치해 시대상을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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