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선 예인 땐 수색구역 진입 위협, 해경·해군 현장 수색 사실상 중단
실종자 가족들 착잡한 눈물만 "정부 압박한 것 아닌가" 분통도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벌여온 88수중환경이 10일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도 이들을 설득하지 않고 있어 철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88수중환경이 바지선과 함께 빠지면 해경과 해군의 수색작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절망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9일 해군,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88수중환경은 “10일 바지선 88호와 보령호를 부산으로 예인할 예정이니 바지선 위 해경, 해군 대원들의 철수를 준비해달라”고 6일 통보했다. 또한 10일 새벽 정조시간을 마지막으로 수색을 종료하겠다는 뜻도 밝혀왔다.
백성기 88수중환경 잠수총감독은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는 물이 흐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세월호가 많이 붕괴돼 선체 진입조차 어려워졌다”며 “민간 잠수사 34명과 장비 등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전했다”고 말했다.
88수중환경이 철수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부터 수 차례 철수 의사를 밝혀왔으나 실종자 가족들과 범대본의 설득으로 수색을 이어왔다. 백 감독은 “지난달 28일에도 민간 잠수사의 수색 종료를 실종자 가족들과 합의했으나 단원고 황지현양의 시신이 발견돼 수색이 연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대본 관계자는 “88수중환경은 정부의 수난구호명령에 의해 동원돼 있는 상황이라 독립적 철수는 어렵다”면서도 “철수 계획을 철회하도록 설득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은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해경 관계자는 “바지선 두 대가 모두 철수하면 해경, 해군 잠수사들이 보트를 타고 수색구역까지 가야 하는데 매우 위험하다”며 “88수중환경이 철수하는 10일 이후 수색은 어렵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17)양의 아버지 허홍환(50)씨는 “수색을 계속하길 원하지만 잠수사들과 범대본이 더는 못한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강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반인 실종자 권재근(51)씨의 형 권오복(59)씨는 “수색 중단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범대본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출구작전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정부 명령을 받고 일하는 민간업체가 마음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인데 범대본에서 수색을 중단한다는 입장으로 압박을 넣으니 철수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 민간 잠수사도 “정부 역시 수색 종료에 대한 큰 틀은 잡혀 있었는데 먼저 말을 꺼낼 수 없으니 우리를 말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본도 축소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사고 해역을 방문했다. 철수를 앞둔 바지선에 마지막으로 오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거센 바람과 물살 때문에 바지선에 오르지 못하고 300톤급 해경 경비함을 타고 사고 해역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차디찬 바다에서 208일째 나오지 못하고 있는 피붙이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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