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동체 구성 급속도 밀착, 한국 中 하부구조로 전락 우려
경제동맹 고리 안보협력 요구에 한미 군사동맹과 딜레마 빠질 수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최고의 선린우호 관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중의 과도한 밀착을 두고 국내에서조차 ‘중국 경도론’이 나올 정도로 경계심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경제 분야의 경우, 국내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한중 경제동맹은 필요하지만 자칫 한국이 거대한 중국 경제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경제동맹을 고리로 한국을 안보협력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이 한미 군사동맹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서는 대목에서는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자장(磁場)을 감안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한중 FTA, 중국의 지역전략차원
한중 양국이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경제공동체 구성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이 챙길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이 공산품에 대한 자국의 단계적 관세철폐 기간을 20년으로 상정하면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휴대폰 등 첨단산업에서 한국 기술수준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세철폐 효과는 20년이 지나면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동북아 지역전략 차원에서 한중FTA를 접근한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세계전략 차원이나 지역전략 차원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조정하고 평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한중 FTA도 그런 전략적 차원의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한중FTA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2010년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과정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당시 농산품 600개 품목 개방이라는 통 큰 양보를 통해 FTA에 주저하던 아세안을 끌어들였는데 아세안은 이후 대중 경제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외교안보 분야까지 중국의 영향권에 빨려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한중 FTA는 경제적 실익보다는 중국이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라면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대중 경제적 의존성이 커지면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보 협력의 자장도 넓히는 중국
중국은 올해 4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인이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안보질서를 제기하고, 이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를 향해 경제공동체를 넘어 안보협력체로 요구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을 감안하면 한중 간에 안보협력 내지는 동맹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경제동맹으로 더욱 밀접해진 한중 관계 속에서 중국이 한미동맹을 자국에 대한 견제로 판단하면서 요구의 수준을 높이는 현실은 한국이 직면한 동북아 외교의 딜레마가 분명하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물론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자국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군사동맹과 한중 경제동맹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미동맹과 한중 경제동맹이 미국과 중국의 이익과 충돌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양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사드에 대한 문제제기가 결코 우리의 안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면서 “우리의 국가이익에 대한 우선순위에 맞춰 능동적으로 판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실용주의 외교도 대비해야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경쟁시키면서 안보와 경제 등 동북아 핵심이슈를 두고 실리를 최대한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의 실용주의 노선 또한 한국에는 도전요인이다. 당장 중국은 내년에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는 역사교과서 개정을 앞두고 있고, 한중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및 중국 어민들의 서해불법어로 활동도 한중 간 이해가 충돌하는 현안이다.
당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이 선제적으로 갈등을 부추길 이유는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 영향권에 편입되면 될수록 중국이 지역 현안에 눈을 돌리고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고 한국이 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될 때에도 중국은 동북공정 등을 통해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와 달리 역사인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한중 간 역사인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한미는 동맹구조, 한중은 협력구조라는 기존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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