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발,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
실제 도발 땐 中·러까지 외면… 결의안 안보리 통과 막는 데 심혈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북한이 전쟁억제력 강화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도발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 가능성이 낮은 만큼 북한이 무모하게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발 카드 만지작거리는 北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국이 주도한 이번 결의의 강압 통과를 전면 배격한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핵시험(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력간섭, 무력침공 책동에 대처한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무제한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상황에 따라 4차 핵실험 등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인권결의안 통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첫 공식입장이다. 앞서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지난 18일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자 “(결의안 통과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19일(현지시간)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재가동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 북한 핵실험장이 위치한 풍계리 일대의 움직임이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로 대응해왔다.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달러 위조와 세탁을 이유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자 1년 뒤인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무력 도발 보다 안보리 통과 막는데 주력할 듯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곧바로 무력도발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는 이번 인권결의안이 북한 지도부의 통치 정당성을 정면으로 건드리긴 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채택 전에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으로선 안보리 논의도 거치기 전에 섣불리 도발을 감행했다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리는 것이 더욱 큰 악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반발 차원에서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발언의 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인권결의안의 안보리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상임이사국 5개국이 전원 찬성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미 반대 의사를 수 차례 밝혔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방러로 북러 관계도 한층 더 밀착됐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못지 않게 인권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만큼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아니라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장은 20일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ICC에 회부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를 회부하겠는가.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책임을 지우는 행동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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