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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후원 올바른가…" 모금가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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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후원 올바른가…" 모금가들의 고민

입력
2014.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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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단체 모금가 12명 인터뷰

후원자 없는 아동들의 상대적 빈곤, 기부 기업 도덕성 따지는 문제 등

현장서 겪는 4가지 딜레마 보고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 아동과 결연하는 후원을 많이 하는데, 아프리카 마을의 한 명을 지정해서 기부를 하면 나머지는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보통 수혜 아동의 얼굴을 보고 후원자가 선택을 하는데 그조차도 예쁜 아이에게 쏠리고요.”(5년 경력 모금전문기관 모금가)

더 많은 이들로부터 더 큰 금액을 모으는 것만이 모금 활동가의 최대 목적인가. 통념과는 달리 모금 효과를 키우려 하면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따라온다. 아름다운재단이 따르면 3~10년간 모금기관ㆍ시민단체ㆍ사회복지전문기관 등에서 일해온 12명을 심층 인터뷰해 펴낸 ‘모금가의 윤리적 딜레마’ 연구보고서에 모금 전문가들은 더 많은 모금을 위해 노력할 때 경험하는 여러가지 딜레마를 호소했다.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딜레마는 더 많은 기부를 유도하는 후원방법이 오히려 수혜자들에게 소외와 차별을 낳는다는 점이다. 모금가들이 특히 비판적인 방법이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일대일 결연이다. 수혜 아동과 후원자와의 직접적 관계를 형성하는 일대일 결연은 대규모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기부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이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후원자가 생기지 않은 대다수의 아동은 상대적 빈곤을 느낀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흔히 모금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혜자의 이미지를 ‘피해자’ ‘고통’ ‘빈곤’ 등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기부 후에는 실제보다 밝고 건강한 상태로 극적인 변화를 강조해야 하는 과대 포장의 문제도 언급된다. 효과가 큰 모금 방송일수록 이런 고민은 커진다. 한 실무자는 “흔히 ‘수액제 한 병 값인 1,000원이면 북한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방송을 한다”며 “이렇게 방송하면 실제로 모금 효과가 좋지만 모든 북한 아이들을 평화와 통일의 파트너라기보다는 불쌍하고 애틋한 존재로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모금기관이 단순히 수혜자의 빈곤 구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제도적 문제점을 이슈화할 경우 오히려 기부자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한다. 한 실무자는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면서 이슈파이팅을 하면 기부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떨어져 나간다”며 “기부단절이 두려워 기계적인 중립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실무자는 “여성?아동의 인권을 옹호하는 사업을 했지만 모금 효과는 미비했다”며 “마케팅이 잘 되는 것만 모금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기부의 경우 거액 기부가 가능하지만 기업의 도덕성을 따져야 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한 실무자는 “백혈병 문제 등 노동문제가 있는 A기업의 기부금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실무자는 “A기업 돈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받지 않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모금 전문가 심층인터뷰는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윤민화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BK21플러스 연구원이 맡았다. 연구팀은 “복잡하고 다양한 윤리적 갈등 상황 속에 놓인 모금가들의 진솔한 고민을 알게 해주는 첫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한국적 맥락에서의 기부문화를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재단은 21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발표회를 열고 기부문화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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