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상관없이 소비동향 떨어져
서민에게 돈 없고 비정규직만 증가
기업 살리자고 정규직까지 죽이면
한국은행은 11월 소비자동향심리지수가 103으로 세월호 직후인 5월보다도 떨어졌다고 최근 밝혔다. 7월 30일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당선이 야당 후보보다 높게 나오자 ‘세월호 정쟁을 끝내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가 국민의 뜻이라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물론 보수 신문들이 연일 떠들어댔다. 참사 원인을 밝혀야 한국사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적인 사고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며 청와대 앞 청운동에서 천막을 치고 대통령을 만나기를 고대해온 유족들은 5일 농성을 풀었다. 11일 정부는 세월호 수색 중단까지 발표했다. 19일에는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세월호 문제를 덮었다. 그래서 경제가 살았는가.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못 살아난다는 이들은 어디 있나.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말의 향연이 펼쳐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가계부채가 1천조대,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현 경제팀에서 두 차례 금리인하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 폈다. 그럼에도 경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최경환장관의 기획재정부가 계속 집을 사라며 대출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금리는 인하해도 경제는 꿈쩍하지 않는다. 거기까지는 여당도 잘 알고 있다. 왜일까? 돈을 써야 할 서민들에게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인세 감세를 되돌려서 국가 수입을 늘린 후 서민들에게 복지로 풀라고 경제학자들이 권하지만 역시 새누리당은 듣지 않는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어제 한 말이다. ‘선진국개발기구(OECD)국가의 경우 법인세 비율을 보니까 2000년도부터 2013년도까지 30.6%에서 23.7%까지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2%다.’자, 1%만 높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어야 될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동남아 경쟁국 법인세율 보니까 싱가폴 18%에서 17%로 홍콩, 대만도 떨어뜨리고 있다. 태국이 20%. 중국은 우리보다 높지만 워낙 외국인투자 활성화돼서 예외적 케이스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경쟁국이 동남아 국가가 되었는가.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대기업근로자의 임금과 중소기업근로자 임금이 2배 이상 격차가 나는데 강성노조의 압력 때문에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규직 채용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정규직을 해고하기 쉽게 근로조건을 개혁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은 비정규직의 임금과 처우를 올려서 해법을 찾는다. 그런데 한국은 정규직과 똑같이 근로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법원 판결조차 불복하는 대기업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이제 정규직조차 불안하게 하는 걸로 해법을 찾으려 한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통계’를 보면 근속기간별로 1년 미만인 임금근로 일자리가 30.9%로 가장 많았다. 1∼3년 미만이 27.8%이다. 증가율도 1∼3년 미만이 12.1%로 가장 높았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500억원 이상인 기업체의 일자리가 351만2천개(37.3%)로 가장 많고 전년대비 증가율도 14.3%로 가장 높다. 대기업 고용은 늘었지만 빨리빨리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만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여당이 직접 말하고 직접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고 사람들이 쓸 돈이 없어서 돈이 돌지 않고 그래서 경제가 어렵다. 세월호 참사와는 무관하게 경제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만 문제인가. 영리병원과 원격진료의 길을 열어 의료 민영화의 길을 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 합의하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시켰다. 이 법은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악법인데 여야가 합의해서 되살렸다. 당신들은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 했다고 말할 것이다. 병원에서도 대형병원만 살아날 뿐 작은 병원과 경제적 약자들의 건강권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심지어 부도덕한 장관 후보를 옹호하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비리 부분을 파헤치는 것은 비공개로 하려고 새누리당은 꾸미고 있다.
당신들에게 정부는 부자의 들러리인가. 국가 전체를 생각할 공직자는 그렇게 없는가.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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