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130명 뽑는 최대 지방선거 6대 직할시 중 5곳 잃으며 참패
마잉주 총통 개혁 약속·총리는 사퇴, 양안 관계 당분간 속도조절 불가피
대만의 민심이 친중국 정책을 펴 온 국민당에 제동을 걸었다. 사상 최대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6대 직할시 중 5곳을 잃으며 참패했다.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는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야당 민진당은 1년 남짓 남은 총통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대만 매체들과 외신에 따르면 29일 치러진 대만 ‘지우허이(九合一)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압승을 거뒀다. 주요 시장과 시 의원, 이장(里長)과 구민 대표 등 총 9종의 지방 대표 1만1,130명을 한꺼번에 뽑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6대 직할시 중 단 1곳의 시장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민진당은 4곳에서 승리했다. 나머지 1곳도 민진당이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가 뽑혔다. 선거 전 국민당과 민진당의 직할시장 비율 4대2가 선거 후 사실상 1대5로 뒤바뀐 셈이다. 22개 주요 시와 현(縣)에서도 국민당은 6곳을 얻는 데 머무른 반면 민진당은 13곳이나 차지했다. 선거 전엔 국민당이 15곳, 민진당이 7곳을 나눠 갖고 있었다.
장이화(江宜樺)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이날 밤 예상보다 참담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국민당 주석인 마잉주(馬英九) 총통도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당 개혁을 약속했다. 마 총통은 국민당 주석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차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대만의 민심이 민진당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데에 대한 대만의 민심과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 총통은 취임 이후 친중국 행보였지만 민진당 등 야권은 ‘대만 독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현 정부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려 한다”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지난 3월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과 서비스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20여일 동안 입법원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대만인들에게 중국이 말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허상을 깨닫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3.78%를 기록하는 등 경기 부진도 국민당에게는 악재였다.
이번 선거로 양안 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30일 “양안 동포들이 어렵게 얻은 양안 관계의 성과를 소중하게 여기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양안 간 첫 공식 장관급 회담 등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 정부와 만들어온 성과가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이런 중국의 조바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후 마 총통은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현지 언론들은 왕왕중스(旺旺中時) 여론조사센터가 2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2016년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가 21.7%로 국민당(19.1%)을 앞섰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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