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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비서관 3인방 '무한 신뢰' … 권력암투설 등 조기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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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비서관 3인방 '무한 신뢰' … 권력암투설 등 조기진화

입력
2014.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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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기 보좌관들 항변 수용… 만만회까지 언급하며 자신감

제기된 의혹 왜 사실 아닌지… 구체적 설명 없어 논란 잠재우기 부족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물을 들이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물을 들이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으로 불거진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및 권력 암투 의혹과 관련 "근거 없는 일"이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해당 문건이 유출된 것에 대해 "국기 문란 행위" "바로잡아야 할 적폐"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써 질타했다. 비선 실세 의혹이 허위임은 분명한 사실이며, 사실 확인도 안 된 문건이 불법 유출된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윤회씨가 국정을 농단하는 비선 실세라는 내용을 담은 문건의 진위 여부와 문건이 유출된 과정 등 투트랙으로 나누어 진행될 검찰 수사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의혹 확산을 조기 차단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 권력 암투설은 당장 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선 실세 의혹 근거 없다' 자신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비선 실세 의혹은 없다고 단정했다. 박 대통령은 문건 보도와 이후 제기된 의혹들을 거론하면서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얘기" "근거 없는 일" 등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다 현실에 맞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해당 문건은 시중의 풍문과 증권가 정보지(찌라시) 내용을 취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전 청와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문건의 골자는 정씨가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포함된 이른바 '십상시 참모'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정호성 비서관 등은 문건 내용을 강력 부인해 왔고, 박 대통령은 이들의 항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자신을 20년 가까이 보좌한 비서관 3인방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만큼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하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만만회(박지만ㆍ이재만ㆍ정윤회, 야권이 현정부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주체로 지목)'를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고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주문한 것에도 이 같은 확신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기 진화는 미지수

박 대통령이 비선 의혹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세계일보가 지난 달 28일 청와대 문건 관련 첫 보도를 낸지 단 사흘 만이다. 당초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 "대통령이 설 수준의 의혹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등의 이유로 박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건 관련 보도가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윤회 블랙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기 진화의 방향을 택한 셈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러나 정윤회 문건과 비선 실세 의혹이 왜 사실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 이후 어떤 조사를 했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시중의 여론이 "작은 불씨라도 있기에 의혹이 제기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고, 야권이 의혹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논란을 깨끗하게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국정개입 의혹’은 루머로, 문서 유출은 ‘국기 문란’으로 규정함으로써 검찰에 사실상 수사지침을 제공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을 ‘정윤회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내지는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야당이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검찰이 만약 박 대통령의 가드라인을 준수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수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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