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덜 치명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BBC가 1일 보도했다. 12월 1일인 이날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전 세계적 확산 위험을 인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 에이즈의 날’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HIV에 감염되어 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HIV가 우리의 면역 시스템에 적응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HIV가 더 이상 에이즈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부 바이러스 학자는 HIV가 계속 진화하면서 거의 무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HIV는 변형의 대가다. 빠르고 쉽게 변이해 면역체계에 적응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필립 굴더 교수는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변형한다”며 “하지만 변형 후에는 복제 능력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즉 면역체계에 적응한 HIV는 위험도가 낮아지고 따라서 에이즈가 발생하는 시간이 늦춰진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실제로 남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츠와나에서는 1980년대 HIV가 창궐한 반면 서아프리카에는 10년 후인 1990년대에야 HIV가 퍼졌다. 이는 보츠와나의 HIV가 서아프리카의 HIV보다 10년 정도 더 진화한 형태라는 것을 뜻한다.
이에 연구팀은 HIV의 번식을 비교 관찰했고 보츠와나의 HIV가 서아프리카 HIV보다 천천히 증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굴더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의 복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HIV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둔화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 HIV 감염 후 에이즈에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10년이었지만 지난 10년간 보츠와나의 HIV가 질병을 발생시키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2.5년이었다”며 “에이즈에 도달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미래에는 HIV 감염이 되더라도 몇 십년 간 무증상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약화된 HIV 바이러스도 여전히 위험하고 에이즈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노팅엄대의 조너선 볼 교수(바이러스학)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간은 바이러스에 대해 더 저항성을 지니게 되고 HIV는 결국 거의 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프대 앤드류 프리드먼 교수(전염학)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 사용의 효과와 비슷한 것”이라며“바이러스의 변화로 HIV가 무해해지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전에 다른 치료법들이 발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HIV가 약한 상태로 변하는 것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김지수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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