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국회 입성 때부터 보좌, 정권 출범 후 靑 입성 핵심업무 맡아
"인사 정책 등 영향력" 說 분분 속, 공직비서관실과 긴장관계 추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 시절 특정 그룹에 힘을 몰아 주거나 2인자를 만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포진해 있었다. 대선 승리 이후엔 박 대통령 주변의 권력 지도가 바뀌었다. 1998년 이후 의원 보좌관과 비서관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최측근 3인방이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해 핵심 업무를 맡으면서다. 청와대 안에서 3인방 이외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아는 참모가 별로 없는 데다 청와대에 머무는 대통령이 여당 의원을 비롯한 외부 인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드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힘이 쏠리는 구도가 됐다. 정치권에선 이들을 '문고리 권력'으로 불렀다.
입 무겁고 충성심 강한 그림자 3인방
3인방 중 한 인사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자신의 처지를 '거품'에 빗댔다. 자신들이 정권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을 담은 비유였다. 박 대통령이 1일 3인방이 한 축으로 등장하는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자신 있게 “근거 없는 일”이라고 밝힌 것에는 이들이 호가호위 할 리 없다는 절대적 신뢰가 깔려 있다.
3인방은 박 대통령이 98년 대구에서 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이들에 대한 여권의 공통된 평가는 “입이 무겁고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3인방은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을 우려해 외부 인사와의 접촉이나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스스로 그림자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3인방이 청와대의 예산과 인사, 대통령 메시지와 경호 등을 책임지면서 본인들의 의도 여부와 상관 없이 실세로 부상했다. 청와대 안팎에는 “3인방이 사실상 수석 위의 비서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와 정책 등 청와대의 모든 업무는 3인방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오르내렸다.
이런 구도가 되면서 3인방을 둘러싼 각종 미확인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3인방이 경제 라인이나 경찰, 군 인사에 입김을 행사한다”, “정권 초 공기업 감사 등에 3인방 중 일부가 민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됐다”는 항설들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 감찰이 업무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긴장관계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인터뷰에서 “다시 경찰 인사는 제2부속실에 다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안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EG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3인방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갈등 관계는 측근 그룹 대 친인척간 권력암투설로까지 비화됐다. 3인방이 정윤회씨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한다는 일방적 주장을 담은 청와대 ‘정윤회 문건’이 작성된 데는 이 같은 역학 관계가 바탕이 됐다.
정윤회 관계와 관련해선 다른 기류
현재로선 정윤회 문건의 내용 자체가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다만 정씨와의 관계를 놓고 3인방의 입장이 미세하게 갈린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호성 비서관은 세계일보의 문건 보도 직후 “문건 내용은 1%도 사실인 것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은 언론과의 접촉 등 대응을 자제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정호성 비서관에 비해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과 상대적으로 조금 더 가까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정윤회씨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만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과는 통화한 사실은 인정해 정씨와 이들 관계의 실체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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