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수사 지켜보라더니…" 반발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을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라며 힐난하자 또다시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한창인 사안을 두고 대통령이 실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장 야당은 반발했고 검찰은 숨 죽인 채 여론만 살피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자리에서 한 발언 중 문제가 되는 대목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 등이다. 정윤회 동향보고서 파문 이후 지난 열흘간 대통령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간에 ‘나쁜 사람’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각종 인사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찌라시’라며 일축한 것이다.
당장 검찰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국민과 야당에게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라 하면서 대통령은 이미 검찰 수사가 끝났을 때에나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1일 청와대 수석회의 당시 박 대통령은 십상시 회동 등 문건 내용 자체는 ‘근거 없는 루머’라고 평가절하한 반면, 문건 유출 행위는 ‘국기문란’ ‘적폐’ 등의 강한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실제 검찰 수사가 문건의 진위 파악보다는 유출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수사지침 논란은 가열됐다. 문건 유출 경위를 살피는 박관천 경정 수사 의뢰 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문건 내용의 진위 자체를 확인해야 하는 정윤회씨의 세계일보 명예훼손 고소 건은 같은 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기 때문이다. 검찰 최고 정예 조직으로 꼽히는 특수2부 수사에 무게감이 실리게 되다 보니 검찰 주변에선 “사태 본질인 국정 농단 의혹보다는 대통령이 분노하는 청와대 문건 유출 건에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재만 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 대해선 검찰이 소환 조사 여부조차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문건 유출 관련자인 박 경정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4일과 5일 재빨리 소환한 검찰의 이중적인 태도도 뒷말을 낳고 있다. 검찰은 현 정권 들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수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선거법 무죄 항소장 제출 과정 등에서도 청와대의 의중에만 충실했다는 지적을 산 바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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