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러 출장 도중 경질 통보, 장경욱 전 사령관 소명기회도 안 줘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의 핵심은 인사문제다. 함량 미달 인사들을 공직후보로 내놓았다가 낙마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수첩ㆍ불통인사’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최근 논란을 통해서는 임명뿐만 아니라 해임 과정에서도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사문제에 관한 한 처음부터 끝까지 난맥상 자체였던 셈이다.
박근혜정부 조각 인사 중 한 명인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해외 출장 도중에 경질을 통보받았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국관광주간(6월 9~15일) 행사에 참석하던 중 주러대사관으로부터 외교 전문 형식을 통해 장관직 경질을 통보받았던 것이다.
유 전 장관은 특히 후임자로 내정된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중 7월 17일 청와대로부터 갑작스레 면직 조치를 당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임식도 없이 장관직에서 쫓겨나야 했다.
현 정부 초대 기무사령관에 임명됐다가 6개월여만에 경질된 장경욱 전 사령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음을 거론하며 “대대장이나 중대장급 인사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주 소란 논란 끝에 옷을 벗은 신현돈 전 1군사령관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진상조사는커녕 퇴임식도 치르지 못한 채 군문을 떠났다.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국정 농단 의혹을 감찰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퇴출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윗선’의 지시를 받은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불려가 “짐은 부쳐줄 테니 즉각 나가라”는 취지의 말을 들어야 했다.
조 전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국정원ㆍ검찰ㆍ경찰 파견직원 19명이 7월 1일자로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사유 설명 같은 최소한의 절차는 없었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교체된다는 사실을 아예 비서관실 팩스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윤회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은 청와대 근무 이후 오히려 좌천된 경우다. 그는 당초 경찰 복귀를 통보받은 뒤 정보분실장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결국 서울지역 일선경찰서의 정보과장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사례들은 박근혜정부의 인사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는 물론 중하위 공무원들에게 청와대 근무 경력은 훈장처럼 여겨지는 게 일반적인데 현 정부에선 ‘불명예 퇴출’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 “특히 최근 비선 개입 논란의 한 축이 퇴출 당사자들인 걸 보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혀를 찼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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