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큰 딸인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땅콩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항공기이고, 스스로 기내서비스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승객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 있다. 더구나 250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고 이미 항공기가 출발한 상황이었다니 그 안하무인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항공기는 사무장이 없는 상태로 비행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조 부사장은 5일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일등석에 탑승했다. 그런데 한 승무원이 조 부사장에게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채 건네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호통을 쳤고,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사무장을 불러 서비스매뉴얼을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사무장이 관련 규정을 즉각 적시하지 못하자 당장 내리도록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로 고성을 질렀다 한다.
아무리 선의로 이해하려 해도 도를 넘은 언동이다. 승무원 서비스가 문제라면, 기내 승객 앞에서 고함칠 일이 아니라 조용히 시정을 요구하거나, 귀국해 관련 교육을 강화하면 될 일이다. 또 항공안전 및 보안법에 ‘승객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기체 이상이나 승객 안전이 아닌 승무원 서비스 문제로 이륙 직전의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리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 한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기내에서 다른 대기업 임원이 폭언과 행패를 부린 세칭 ‘라면 상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조 부사장은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중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는커녕 특권의식에만 사로 잡힌 우리 사회 재벌 2,3세들의 비뚤어진 행태의 전형이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 든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고 깊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토부도 진상 조사를 통해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의 항공안전 및 보안법 위반 여부를 밝혀야 하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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