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이 취업률 평가 집착, 전문대 학과 마구잡이 개설 막아야
전문가들은 대학 서열 체계를 깨뜨리려면 대학 유형별 특성화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우리나라 취학ㆍ진학 구조 변화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7.8%에서 올해 70.9%로 낮아졌지만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은 2010년 60.6%에서 올해 65%로 오히려 증가했다.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는 인식 대신 4년제 대학의 하위교육기관으로 여겨져 여전히 간판을 따려는 학벌 위주의 진학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각자의 유형에 맞게 대학 및 학과를 특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대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직업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4년제 대학은 학술적 연구를 통한 인력양성을 꾀해야 두 기관을 일률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동등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인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제대 조선과, 아주자동차대학과 같이 학과 및 대학별 강점 분야를 특성화해 현장 중심의 기술 및 서비스 등 직업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해야 산업계의 인력 수요와 전문대의 공급 불일치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연구 중심의 4년제 대학과 취업 중심 교육의 전문대로 투 트랙이 형성돼야 한다”며 “4년제 대학들이 취업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전문대에 특화된 학과들을 마구잡이로 개설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립으로 운영되는 전문대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는 국ㆍ공립 전문대나 한국폴리텍대에서 특성화를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폴리텍대는 이론 수업과 실습의 비중을 4대6 정도로 맞춰 전기, 기계, 자동차정비, 항공정비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기술ㆍ기능인을 양성해 왔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광범위한 서비스업을 다루는 일반 전문대와 달리 민간이 다루기 힘든 분야에 집중한다”며 “고가 의료장비가 필요한 유전자 검사 등 보건의료 부분, 전산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금융정보 부분 등 세분화된 분야의 인력을 양성한다”고 설명했다. 폴리텍대가 학사 과정과는 별도로 운영하는 직업훈련과정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전체 수강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군은 한정 돼 있고 상위권 대학조차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거쳐가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전문대에서 특성화된 체계적인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일반대도 각자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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