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용 심리치료실 설치, 급여 낮아 전문인력 확보엔 의문
내년부터 부모 등으로부터 매질과 폭언을 당한 아동들이 머무는 전용 쉼터마다 상근 심리치료사가 배치되고, 전용 심리치료실도 설치된다. 부모에게 신체ㆍ정서적 폭력과 방임을 당한 아이들의 상처를 조기에 치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1인당 2,000여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편성돼 전문성을 갖춘 심리치료사들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국 모든 학대피해아동쉼터(쉼터) 57곳(내년 21곳증설)에 상근 심리치료사를 1명씩 배치하고, 쉼터에 방 하나를 늘려 별도의 심리치료실을 마련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사건을 접수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현장에서 학대 가해자로부터 격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피해아동을 데려가 최소 하루에서 수개월간 임시로 머물게 하는 곳으로 아파트 등 일반 가정과 같은 형태이면서 비공개 시설이다. 지난해 학대로 판정된 사례 6,796건 가운데 1,944건의 피해아동들이 보호자와 분리 보호돼 쉼터에 입소했으며, 피해아동들의 평균 보호기간은 2.2개월이었다.
그러나 쉼터에 머물던 피해아동들은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 채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심터의 수용 인원 부족으로 다른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지기도 했다. 지난해 학대피해아동에 제공된 서비스는 16만여건에 달하지만 이 중 심리치료는 9,000여건으로 6%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쉼터에 머물며 피해 아동의 심리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상근 심리치료사에 대한 증원 요구가 잇따랐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36곳 쉼터의 상근 심리치료사는 경기 쉼터 한 곳에 배치된 2명뿐이다. 주 1~2회 쉼터를 방문해 심리치료를 하는 임시 인력도 16명뿐이어서 심리검사와 미술 치료 등이 이뤄진 쉼터는 9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뒤늦게 고려해 내년 아동학대예방 사업 관련 예산 세부안에 심리치료사 채용 예산을 반영했다. 그러나 쉼터 1곳 당 심리치료사를 포함해 4명의 인력을 운영하도록 하면서 연간 인건비는 8,200만원만 책정해 2,000만원 정도의 연봉으로 심리치료사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내부 기준으로 심리치료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보건학, 임상치료, 미술치료 등을 전공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낮은 급여를 감수하고 쉼터에서 일할 실질적 지원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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