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사장 시절부터 디자인경영, 유명 카툰 작가 케빈 칼과 파격 협업
딱딱한 현대차 그룹 이미지 개선, WRC랠리 참가도 정부회장 의지
지난주 현대차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서 38년 동안 시사 카툰을 그린 유명 작가 케빈 칼씨를 초청해 ‘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5월부터 이코노미스트와 국내외 주요 항공사 기내 잡지에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 ‘모던 프리미엄’을 표현한 카툰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카툰에는 동화 ‘신데렐라’와 ‘알라딘과 요술램프’ 등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부터 인류의 진화, 다이아몬드 가공 공장 등 다양한 상황을 통해 모던 프리미엄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현대차’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런데 케빈 칼씨와의 파격적 협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12일 “이코노미스트를 즐겨 읽는 정 부회장이 카툰을 활용한 마케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며 “그는 모던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을 이끌 정 부회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브랜드 이미지 알리기, 미래 자동차 기술력 확보 등을 통해 조금씩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현대차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랠리’에 참가중인 것도 정 부회장의 뜻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올해 41회를 맞는 WRC는 양산차를 경주용 차로 개조해 달리는 대회로, 비양산차로 경쟁하는 포뮬러1(F1)과 함께 국제자동차연맹(FIA) 주관 양대 대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레이싱 팀을 이끌 책임자로 이 대회에서 51회 우승을 이끈 미셸 난단씨를 선임했고, 올 8월 독일 랠리에서는 대회 출전 아홉 번째 만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중혁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과거 자체 개발한 고성능 차량으로 경주대회를 참가하면서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며 “당장은 투자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워도 고성능 차량을 통해 엔진, 플랫폼 등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피러 슈라이어 현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해 왔고 올해 판매대수 800만대 돌파를 통해 외형 키우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비슷한 성능의 차라도 BMW,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 때문에 소비자가 1,000만원을 더 지불하는 것처럼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수익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고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반면 정 부회장은 현재의 위치를 지키면서 동시에 질적으로 성장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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