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최 경위, 유서에서 호소… 검찰은 "사실상 유출 자백" 입장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는 유서에서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14일 최 경위의 유족들이 공개한 유서는 전체 14쪽 중 가족에 대한 내용을 제외한 8쪽 분량으로,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한모 경위에게’ ‘언론인들에게’ 나뉘어 쓰여있다. 유서에서 최 경위는 “이번 사태에서 ‘BH(청와대)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다”며 “단지 세계일보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됐다”며 문건의 내용보다 유출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특히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하는 등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한 흔적을 보였다. 최 경위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웠던 조선일보 기자에 대해서도 실명을 거론하며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됐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문건 유출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된 한모 경위에 대해서는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너를 이해한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자백회유)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경찰 정보관에서 수사 대상으로 처지가 바뀌고 검찰에 의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게 된 현실에 대한 무력감, 경찰 조직에 대한 서운함을 짙게 내비쳤다. 그는 한 경위에게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경찰)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고 했다. 또 “경찰 생활하며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 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며 “경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썼다. 이어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 경위의 문건 유출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검찰은 유서에서 그가 사실상 유출을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최 경위는 “세계일보 조○○ 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 동안 감사했다”고 남겼는데 사실상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유출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경위의 형(56)은 13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동생이 (검찰의 수사에 대해) 퍼즐 맞추기라고 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고 난 후 최 경위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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