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앞자리 승객 밝혀
"언론과 인터뷰하게 되면 사과 잘 받았다고 해 달라 부탁"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승무원 폭행 정황이 현장에 있던 승객의 증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박모 사무장의 주장(본보 13일자 7면)에 신빙성을 더하는 것이어서 향후 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 앞자리에 탑승했던 일등석 승객 박모(32ㆍ여)씨는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며 승객 서비스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은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어깨를 탑승구 벽까지 3m 가량 밀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뉴얼이 담긴 문서 파일을 둥글게 말아 승무원 가슴팍에 던지기도 했는데, 승무원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상황을 친구에게 전한 모바일메신저 교신 내용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4시간을 불안해 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승무원에게 20여분간의 소란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항공사 측은 내부적인 일이라며 일축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후 기사를 보고 겨우 그 정도의 일로 비행기가 돌아갔고,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니 믿을 수 없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직후 입막음에 급급했던 항공사의 대응도 비판의 표적이 됐다. 박씨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한 임원은 10일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는 뜻에서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줄 테니 언론 인터뷰를 하게 되면 사과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무마에 급급한 항공사의 모습에 화가 났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해당 항공기의 서모 기장과 박 사무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폭언 및 폭행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종석 녹음기록(CVR)과 블랙박스 등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하는 대로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당한 조 전 부사장에게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박 사무장을 15일 재조사하기로 했다. 국토부 1차 조사(8일)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이나 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했던 박 사무장이 이후 검찰 조사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정반대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승무원 진술이 엇갈리고, 박 사무장이 진술을 번복한 만큼 2차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탑승객 역시 참고인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의 말 바꾸기와 관련, 국토부가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박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측이 ‘국토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막말은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을 통해 박 사무장 소환을 요구했으며, 이번 사건 조사단 6명 중 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년간 실무경험을 갖춰야 하는 감독관은 부득이 항공사 출신이 대부분이다. 봐주기 같은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뉴욕발 항공기를 탑승하기 직전 지인들과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두 잔 정도 와인을 마신 것으로 알지만 술이 센 편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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