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 카페 난입 20~40명 억류 중 "주변에 폭탄 숨겼다" 총리 면담 요구
15일 오전 9시45분께 호주 시드니 도심 금융중심가 마틴 플레이스의 한 카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총기를 들고 침입해 손님과 종업원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시드니의 관광 명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사무국 직원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대응에 나선 미국을 적극 지원하던 호주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호주 경찰은 이날 사건 직후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괴한이 린트 초콜릿 카페로 침입해 손님과 종업원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며 “인질범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인질을 석방하라고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경찰은 인질이 몇 명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현지 언론은 20~4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질 중에는 카페 종업원이던 20대 동포 여대생 배모씨도 있었지만 배씨를 포함해 5명은 사건 발생 수시간만에 카페를 빠져 나왔다.
범인은 카페와 주변 건물에 폭탄을 숨겼다며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밖에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인질을 잡고 카페를 점거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인질을 일부 풀어주는 대가로 IS 깃발을 달라고 했다는 일부 보도나 카페 창에 내보인 천 등으로 볼 때 이슬람 과격세력의 조직원이거나 추종자로 짐작된다.
마틴 플레이스는 법원과 법무법인, 증권회사, 금융기업들이 몰려 있고 호주중앙은행과 주시드니 미국총영사관도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카페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건물에 대피 명령을 내린 뒤 거리를 차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가안보위원회(NSC)를 긴급 소집한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인질범의 동기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모종의 암시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미국의 IS 격퇴 작전 등 대터러 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9월엔 경찰 800명을 동원해 테러 혐의자 체포작전을 펼쳐 15명을 검거하고 1명을 기소한 일도 있었다. 이후에도 이슬람 과격세력이 호주를 목표로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경고들이 계속 나왔다.
시드니=고직순 호주한국일보 기자 editor@koreatimes.com.au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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