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아베 총리의 재집권이 어지간히 못마땅했던가 보다. 이 방송 인터넷판이 15일 일본 총선 결과를 전하는 기사 관련사진으로 누가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나쁜 인상의 아베와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유세 장면을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총선 전날 도쿄 아키하바라 유세로 보이는 이 사진에서 아베 총리는 오른손 검지를 세워 무언가를 가리키며 멍해 보인다고 밖에 묘사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베의 오른쪽에 서 있는 아소 전 부총리는 특유의 웃는 것인지 빈정대는 건지 모를 얼굴을 하고 있다. 심지어 경호요원으로 보이는 아베 총리 뒤쪽의 일본 남성 얼굴도 이 사진에는 험악한 표정이 담겼다. 총선에서 자민당 압승 소식을 전하며 자민당 총재 등 핵심 지도부의 이런 ‘나쁜’ 사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다.
이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 헤이예스 특파원은 분석 기사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이번 선거가 불필요하다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은 돈 낭비라고 화를 낸다”고 선거 차제를 비판적으로 전했다. 이어 “아베 신조는 노련한 정치인 그 자체”라며 “투표율이 사상 최저인데도 그는 다수당이 됐고 집권을 4년 더 연장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이날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조만간 정책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승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2년 전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는 시장과 유권자들이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환호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는 즐거워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의 재임시기에 일본 국민 대부분 삶의 질이 하락했으며 경기 침체 조짐이 다시 찾아왔다”며 “자민당이나 내각 안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도전이 제기될 수도 있어 290석에 이르는 자민당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원하는 대로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선거 승리로 힘을 얻었지만, 내년에 주요 정책에 진전이 없으면 단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도 2012년 선거 당시보다 자민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짚으면서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일반 서민의 고통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한 연금생활자와 인터뷰에서 “큰 기업하고 주식을 가진 사람들만 아베노믹스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이는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내용을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일본인을 인용해 “지난 중의원 선거 당시 헌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지만 자민당이 집권하자 아베 총리의 행동이 바뀌었다”며 중국, 한국과 관계를 경색시킨 외교정책에 우려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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