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호주 시드니 인질 사건은 현지 동포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도심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한인 대학생이 인질로 붙잡혔다 풀려나는 등 직접 피해자가 된 것이 이런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인질로 붙잡혔다 풀려난 20대 중반 여대생 배모씨는 시드니 금융중심가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이날 오전 사건에 휘말렸다. 배씨는 호주 시민권자로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다른 아시아계 여성 종업원과 함께 카페를 뛰쳐나와 탈출했다. 검정 셔츠와 바치 위에 갈색 앞치마를 두른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뛰어나와 카페 주변을 포위한 중무장 경찰에 안기는 모습은 외신들에 일제히 보도됐다.
주시드니총영사관이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의 세인트 제임스 센터는 인질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도 10분이면 닿는다. 이휘진 주시드니 총영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호주 경찰의 요청으로 공관이 입주한 건물도 모두 폐쇄해 일반 민원인들의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총영사관은 최소한의 직원들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인근 한국문화원은 건물주의 요청으로 임시로 문을 닫았다”라고 말했다.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는 1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재호주 동포들 중 4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한인 최다 거주 지역이다. 총영사관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동포들에게 사건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는 긴급 공지를 보내고, 사건 발생 직후 인질 중 한 명이었던 한인 여대생의 정보를 현지 경찰에 제공하는 등 대응에 분주했다. 시드니에서 약 20년간 거주한 정동철(45)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건이 일어난 카페는 나도 연말이면 선물을 사러 들러는 곳”이라며 “영화를 보는 듯할 정도로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시드니=호주한국일보 고직순기자 editor@koreatime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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