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가이드라인 비판 의식한 듯, 종북 콘서트 등 현안은 조목조목 언급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침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종북 콘서트와 평창동계올림픽 공동 개최 논란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조목조목 밝히면서도 이번 파문과 관련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문건이 공개된 이후 이 달 1일과 7일 연이어 "문건은 터무니 없는 찌라시(증권가 사설 정보지)"라 일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직접 뛰어 들었다가 약 일주일 만에 침묵을 택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미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데다 검찰 수사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추어 착착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가 언급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있을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가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비판이 확산될 가능성도 의식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15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최모 경위가 13일 청와대의 회유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 경위 자살 이후 여론 동향만 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신 사회, 경제 현안들을 일일이 짚으며 문건 파문과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대통령은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재미동포 신은미씨 등을 종북 콘서트 주도 인사들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몇 번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 감고 편향된 일부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하고 과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실상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헌법 가치와 국가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제안과 관련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 분산 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반대하면서 "관계 부처는 IOC에 분명한 설득 논리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폭설과 가뭄 피해, 국제 유가 급락, 연말연시 임금 체불과 대금 지급 지연 등 민생 현안들을 열거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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